[사설]답이 없는 IC카드 단말기 전환

정부 IC카드 단말기 전환 작업이 벽에 부딪혔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7월부터 대형 매장부터 IC카드 단말기를 써야하지만 호응이 한 곳도 없다. 카드 이용자와 매장업주가 함께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일이 왜 생겼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카드사 대규모 정보유출이 빈번하다 보니 그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마그네틱카드를 없애고, IC카드를 도입한 것이다. IC카드를 쓰게 하려다 보니 매장 형태와 업주들 환경을 가릴 것 없이 무조건 IC카드 단말기를 설치하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는 “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안전한 IC카드로 전환됐다”고 홍보하려 한 것이다.

문제는 비용에서 터져나왔지만, 사실 발상이 더 크게 비난 받을 일이다. 마그네틱카드를 함께 사용하도록 하면서 개인 정보 유출을 막을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 충분히 가능하고, 그럴 시간도 충분했다. IC카드로 바꾸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말풍선을 띄우며, 무조건 IC카드로 바꿔야한다는 공무원의 하드웨어적 접근이 화를 키운 것이다.

국민은 한번 털린 자신 정보가 어디에 악용되고 있는지 모른다. IC카드로 바꾼다고 해서 자신의 정보가 철통 같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것이라고 더더욱 믿지 않는다. 오히려 IC카드로 교체했는데, 마그네틱 단말기밖에 없어 겪게 될 불편이 더 크다.

금융당국 말 한마디에 금융시스템 전체가 뒤바뀌던 것에 비하면 이번에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말이 안통하게 된 것이다. 시장논리로 봤을 때도 당국의 말이 안먹히는게 당연하다.

시점부터 정해 놓고 “싹 다 바꿔”라고 하는 명령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매장 업주도 국민이다. 국민 불편이 어떻게 발생할지를 먼저 생각하고 방향을 짰다면 이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이 바뀌면 생활이 바뀐다. 당국의 말과 행동 방식이 바뀌어야 금융이 진짜 스마트해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