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위기 심각하다...업계 시선 불안

작년 2000억엔 이어 올 1000억엔 적자

회생에 나선 샤프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이 불안하다. 연이은 적자에 자금 조달과 구조조정으로 경영 재건에 나섰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협력업체 연쇄 도산 등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오는 상황이다.

샤프는 지난해 2000억엔 적자에 이어 올해도 1000억엔 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최근 주거래 은행인 미즈호, 미쓰비시 도쿄 UFJ 은행으로부터 2000억엔 자금을 수혈받기로 결정했다.

일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샤프 경영 위기를 분석하며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액정디스플레이(LCD) 사업 분사, 감원, 오사카 본사 빌딩 매각 등 필사적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지만 녹록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샤프 파산은 협력업체 연쇄 도산과 지자체 재정 악화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샤프가 준비 중인 LCD 사업 분사에는 걸림돌이 예고되고 있다. 새 회사에는 일본 산업혁신기구가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구는 재팬디스플레이(JDI) 지분 35%를 가진 주요 주주로 샤프 LCD 분사에 참여 시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 해외 유출은 막을 수 있지만 독점 금지법 등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

연이은 적자에 투자가 줄고 설비가 노후화돼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샤프 공장 중 가장 최근에 지어진 사카이 공장조차 초고화질 4K 대응이나 박막 유리 지원에 신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에현 TV 공장은 가동한 지 10년이 지났고 나라현 공장도 우리나라나 대만, 중국 8세대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공장에 비교하며 노후됐다.

디스플레이 주요 고객인 애플의 최근 움직임 역시 샤프 미래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대만 AUO 등으로 아이폰 디스플레이 공급선을 다각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사간 수주 경쟁이 시작되면 단가 하락 압박과 더불어 샤프 주문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도 예상된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 혼하이와 파트너십에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홍하이로부터 사카이 공장에 출자를 받으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주거래 은행에서 긴급 자금을 수혈받기로 하며 논의가 결렬된 바 있다. 폭스콘은 샤프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설비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야시 히데키 서클크로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샤프 구조조정은 일본 가전 업계 회생의 마지막 단추지만 아시아 주요 기업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것이 많아 여전히 길은 험난하고 어려울 것”이라며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