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새 사이버 감시 법안 하원 통과... `빅브라더` 논란

정보기관이 개인 인터넷 및 모바일기기 이용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사이버 감시법안이 프랑스 하원에서 통과됐다. 오는 6월 프랑스 상원의회에서 최종 표결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사이버 안보법을 둘러싼 ‘빅 브러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5일(현지시각) 사이버 감시 법안을 압도적 표 차로 통과시켰다. 프랑스 정당 사회당과 대중운동연합(UMP)은 찬성 의견에 438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86표에 불과했다

법안은 지난 1월 파리 도심에서 발생한 테러 이후 발의됐다. 당시 이슬람 과격단체는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을 공격했으며 이 사건으로 사망자 17명이 나왔다. 프랑스 내부에서 테러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법안이 마련됐다.

새 사이버 감시 법안은 프랑스 정보기관이 위치에 기반을 두고 개인 사유지를 비롯해 모바일 통신과 인터넷 사용 기록을 수집할 수 있게 한다. 기관이 ‘블랙박스’로 불리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테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곳이나 사람을 감시하는 것이다. 사전 영장 없이도 마이크나 카메라, 전화 감청장비 설치가 가능하다.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새 사이버 감시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새 사이버 감시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새 법안에 대한 찬반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사이버 주권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번 법안이 시민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법안 반대 입장에 있는 펠릭스 트레거 라쿼드라처두넷 그룹 설립자는 “법안 의도는 좋지만 프랑스 정부가 과도하게 넓은 법 범위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칫 미국이나 영국에서 벌어진 정보 수집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누엘 발 프랑스 총리는 “기존 감시법은 1991년에 제정돼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다루지 않고 있다”며 “이 법이 프랑스가 마주한 새로운 위협을 다루는 데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장 자크 우르보아 사회당 당수는 “이 법안은 미국 애국법과는 다르다”며 “미국이 앞서 보여준 문제점에 비춰 감시활동은 직접적 위협이 감지됐을 때에만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