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스포츠, 남 좋은 일만 시켜서야

e스포츠가 부활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인기가 시들해진 이후 5여년 만이다. 다시 팬 그룹이 생기고, 구름 관중이 몰린다. 주목할 점은 한국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e스포츠 열풍이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점이다. 이 같은 열기에 힘입어 올해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66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웬만한 프로 스포츠에 버금가는 시장규모다. 경제 파급력도 크다. 캐릭터, 팬시, 광고 등으로 파생상품이 이어진다. 한류 바람이 불 조짐도 보인다. e스포츠 종주국 한국 프로 게이머에 열광하는 해외 팬이 적지 않다. e스포츠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면 경제와 문화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세계 e스포츠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잘 하면 게임 산업 못지않은 효자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한때 승부조작 파문으로 한국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 않다. 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한국 e스포츠 산업은 나락에서 헤어날 수 없다.

e스포츠 종주국이지만 게임종목에 한국 게임이 거의 없는 건 아킬레스건이다. 자칫 e스포츠 붐이 해외업체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 경제 파급력이나 한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e스포츠는 게임 마케팅 도구로도 활용된다.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된 게임이 대중적으로 팔릴 뿐만 아니라 생명력도 길다. 이미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LOL) 등의 게임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e스포츠와 게임 흥행이 긍정적 상관관계를 나나낸다.

언제까지 우리 청소년이 외산 게임종목에 박수를 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제 세계 최고 인기 e스포츠 종목 가운데 한두 개는 한국산이 차지해야 한다. 한국 게임업체가 기획 단계부터 도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한국엔 세계 최고의 e스포츠 팬과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게임산업협회가 한국 e스포츠 게임이 쏟아질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찾아볼 수 있다. 외산 종속 악순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