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백금을 `관찰`하는 도요타

일본 도요타는 최근 ‘백금’ 화학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자동차 회사가 왜 뜬금없이 백금 관찰 기술을 개발했을까. 정답은 차세대 친환경차인 수소연료전지차(FCEV)에 있다.

백금 미립자의 조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사진.
백금 미립자의 조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사진.

도요타는 일본 파인세라믹스센터와 공동으로 수소연료전지 촉매인 백금의 반응성 저하시키는 열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핵심은 투과형 전자현미경 안에 연료전지 스택과 같은 발전 상태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관찰용 샘플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수 나노미터(nm) 크기에 불과한 백금 미립자의 반응성 저하를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료전지는 기체 상태인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만든다. 이 화학 반응 과정에서 백금은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다. 백금은 수소 분자로부터 전자를 떼어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가 수소연료전지차를 움직인다. 수소 이온과 전자가 산소와 반응해 물이 생성되는 과정에서도 백금이 촉매 역할을 한다. 백금이 연료전지 발전 효율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백금은 가격이 비싸고, 전기를 발전하는 과정에서 미립자가 굵고 커지는 조대화 현상으로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다. 촉매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백금 미립자가 조대화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할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수 나노미터 크기에 불과한 백금 미립자가 실제 작동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기술적 난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도요타는 이번 기술 개발로 백금 미립자 조대화에 의한 반응성 저하 매커니즘을 해석하고 백금 성능과 내구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세단형 수소연료전치차 ‘미라이’ 출시와 함께 특허 공개 등 공격적인 보급 확대에 나선 도요타가 기초 소재 기술 혁신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성공한 현대자동차도 백금 촉매 효율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술 개발 경쟁이 완성차부터 수 나노미터 크기에 불과한 기초 소재까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