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빨간불 켜졌다…"기업 감내 수준 넘었다"

#일본에 선박용 엔진부품을 수출하는 전북 소재 A사는 ㎏당 2달러로 가격을 맞췄지만 몇 달 전엔 1.7달러, 지금은 1.3달러까지 납품을 요구 받았다. 엔저 이후 일본 조선사가 자국 협력업체로 거래선을 바꾸는 경향이 뚜렷하다. 30억원에 달하던 대일 수출이 14억원으로 급감했다.

#충남지역 반도체 제조기계 B사도 중국시장 장비 입찰에서 일본 업체 가격 공세에서 밀리고 있다. 수출물량도 20% 줄었다. 결국 일본 경쟁사와 가격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의 수출 전선에 ‘엔저 빨간불’이 켜졌다. 원엔 환율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기업 70%는 엔저 리스크에 속수무책이다. 특히 철강·석유화학·기계·음식료·자동차·부품·조선 업종의 어려움이 크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기업 300여개사 대상으로 실시한 엔저 대응과제 등 조사에서 응답기업 절반 이상(55.7%)이 엔저로 수출 피해가 났다고 답했다.

큰 피해는 21.0%, 약간 피해는 34.7%, 거의 피해 없음이 36.7%, 전혀 피해 없음 7.7%였다.

‘거래 시 감내할 수 있는 엔화환율’ 질문에 평균 924원이라고 답했다. 26일 오후 1시 기준 원엔 환율은 901.53원으로 900원대마저 위협받고 있다.

업종별로 철강이 963원으로 가장 높고 석유화학(956원), 기계(953원), 음식료(943원), 자동차·부품(935원), 조선·기자재(922원), 반도체(918원)가 뒤를 이었다. 이들 업종은 이미 기준선을 넘어섰다. 정보통신·가전(870원), 섬유(850원) 업종은 아직 여력이 남았지만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사진용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광주의 한 기업은 “일본에는 거래처 유지를 위해 마진없이 팔고 있다. 20%가량 수출 감소를 겪고 내린 결론은 5% 가격인하”라고 하소연했다.

기업은 수출경합 중인 일본 제품 가격을 10% 낮추면 자사 수출 물량이 평균 11.7%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자문위원)는 “단기간 내에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도 “수출 침체와 더불어 엔저는 시차를 두며 추가 하락할 수 있고 유로화 역시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기업 70%가 엔저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아베노믹스 초기 우려했던 근린궁핍화정책이 현실화 된다”며 “과거 엔고시대 일본기업처럼 원고 시대를 헤쳐 나가려면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을 통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엔저 빨간불 켜졌다…"기업 감내 수준 넘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