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IT 유지관리 사업 신청기업이 없다.... 관련 사업 절반 `유찰`…행정낭비 등 문제 많아, 다년제 계약 시급

매년 총 수백억원 규모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유지관리 사업이 제안업체가 없어 절반 가까이 유찰된다. 총 1000억원 규모 사업이 발주될 올해는 대기업 참여제한이 이뤄져 중견·중소기업 관심이 높지만 유찰 비율은 절반에 이른다. 행정비용 낭비와 사업자 선정기간 중 기존 사업자 대금 지연 등 문제점이 적지 않다.

전자신문이 2월 23일부터 3개월간 나라장터에 공지된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유지관리 용역사업 중 1억원 이상 사업 233건을 조사한 결과, 102건이 유찰됐다. 절반에 가까운 43.7%에 해당되는 사업이 제안업체조차 없어 사업자 선정을 못한다. 이 중 50% 이상은 두 번 모두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공공기관 유지관리 사업이 잇따라 유찰되는 원인은 무엇보다 예산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중소 IT서비스기업과 소프트웨어(SW)기업은 대기업 참여가 전면 제한되면서 대규모 사업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발주된 대형 유지관리 사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공공기관이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유지관리 사업을 쪼개 발주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이 턱없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유지관리 사업이 수백개 발주됐지만 치열한 경쟁을 펼친 사업은 10%도 안 된다. 대형 유지보수 사업은 대기업 제한 예외적용으로 지정돼 대기업 몫이 됐다.

상당수 공공기관이 지방이전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것도 사업제안을 기피하는 이유다. 유지관리 수행 중견·중소기업은 해당인력이 지방근무를 하면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SW기업 대표는 “지방근무를 하면 체류비와 교통비 등으로 통상 1.5~2배 정도 비용이 증가한다”며 “해당 공공기관은 계약금액을 늘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공공정보화 예산이 한정돼 유지관리 사업금액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보시스템 운영 규모 증가와 지방이전이 이뤄졌지만 대부분 공공기관 유지관리 예산은 전년과 동일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범정부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 기반으로 중복사업을 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필요한 정보시스템을 제거,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기존 사업자가 연이어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불구하고 매년 사업자 선정 절차를 새로 진행하는 것도 원인이다. 통상 유지관리 사업은 기존 사업자가 차기연도에도 이어 수행하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이 형식적으로 진행된다.

중견 IT서비스기업 관계자는 “유지관리 계약을 1년이 아닌 2년 이상 다년제로 하고 기존 사업자를 철저히 평가한 후 다음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형식적인 1년 계약으로 행정 낭비와 사업자 대금 지연만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은 다년제 계약을 위해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과 감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공공기관 정보화통계담당관은 “다년제 계약을 하고 싶어도 기재부가 예산 편성을 1년 단위로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그런 상황에서 다년제 계약을 하면, 특정업체에 사업을 몰아줬다고 감사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최근 일부 공기업이 1년이 아닌 2년 이상 다년제 계약 전환을 시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