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첨단 전자 부품 산업, 세라믹 소재가 이끈다

[이슈분석]첨단 전자 부품 산업, 세라믹 소재가 이끈다

흙을 구워 도자기를 빚는 데서 시작한 세라믹 산업이 첨단 전자산업 발전을 이끄는 핵심 소재 산업으로 각광받는다. 무선충전은 물론이고 사물인터넷(IoT) 시대 근간인 스마트 센서와 최신 스마트폰, 연료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생산과 성능 개선 핵심요소로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도자기, 시멘트, 벽돌, 유리 등을 만드는 전통 세라믹을 넘어 전기·전자적, 광학적, 열적, 기계적 기능 등 재료가 가지는 특수 기능을 발현하는 첨단 세라믹 산업이 주인공이다.

한국세라믹기술원에 따르면 세계 세라믹 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3476억달러에서 올해 4137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평균 6.4% 성장으로 오는 2025년이면 7785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이미지센서용 세라믹소재, 고감도 진단용 세라믹소재, 전력반도체용 초고순도 SiC소재,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 양극재 등 첨단 세라믹 관련 시장은 전체 평균 성장률을 웃도는 10~31%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첨단 세라믹 시장은 일찌감치 기술개발에 나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중심으로 과점 체제가 형성돼 있다. 교세라와 무라타, NTK, TDK 등 일본기업이 약 44%를 점유하고 크리, 코닝 등 미국 기업이 약 21%를 차지한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첨단 세라믹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한다. 대일 세라믹산업 무역 수지는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약 30억달러 적자다. 전체 세라믹 적자 중 첨단 세라믹 비중은 63%(약 19억달러)로 수입 의존도가 높다. 최근 스마트폰 부품 등을 중심으로 국산화가 이뤄지고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기기 시대에 대비해 각종 스마트 센서용 세라믹 소재 개발에도 공을 들이는 추세다.

◇무선충전 핵심 ‘페라이트 시트’와 전자산업 쌀 ‘MLCC’

전자파 차폐 기능을 가진 페라이트 시트(Ferrite Sheet)는 모바일기기 무선충전과 근거리무선통신(NFC) 안테나 등에 필수로 사용되는 첨단 세라믹 소재다. 페라이트 시트가 무선 전력 수신과 NFC 신호에서 발생하는 와전류, 전자파 등을 막아주지 않으면 스마트폰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에 들어간 무선충전·NFC 콤보 모듈 역시 페라이트 시트 위에 연성회로기판(FPCB)을 적층하고 NFC안테나 회로와 무선충전용 코일을 올렸다.

과거 일본 마루와 등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했지만 아모텍과 EMW, SKC 등 국내 업체가 국산화해 NFC 안테나 등에서 점유율을 높였다. 특히 무선충전 분야에서는 관련 페라이트 시트 원천 기술을 확보한 아모텍 등이 시장을 주도한다. 대기업 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도 페라이트 시트를 자체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산업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노이즈 차단·정전기 방지용 세라믹 칩도 국내 기업이 선방하는 첨단 세라믹 종목이다. 스마트폰 두께가 얇아지고 성능이 향상되면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스마트폰 메탈케이스도 첨단 세라믹 수요 증가 요인 중 하나다.

삼성전기는 2000년대 초 3%대에 불과하던 세계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25%까지 끌어올렸다. 선두업체 일본 무라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 시장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높이고자 최근 필리핀 공장 MLCC 설비 증설에 288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세라믹 공정 기술에 기반을 두고 코몬모드 EMI필터(CMEF)를 개발한 이노칩테크놀로지도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30% 이상을 유지하며 세라믹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IoT 시대 스마트센서도 첨단 세라믹으로

산업은 물론이고 사회·문화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사물인터넷 기술동향에서도 첨단 세라믹 소재는 중요한 몫을 맡는다. 소형 전자기기부터 가구, 가전, 건물, 자동차, 의복 등 온갖 사물과 융·복합해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스마트센서 기능 구현에 첨단 세라믹이 핵심 역할을 한다. 스마트센서는 시스템온칩(SoC) 기술 도입과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내장으로 논리제어와 처리, 메모리, 통신 기능 등을 동시에 지닌 차세대 센서다.

우수한 전기적 특성과 고경도, 고내열성, 내식성, 이종 소재와의 접착성 등은 첨단 세라믹 주요 특성이다. 특히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을 적용한 MEMS 센서 개발과 기능 구현에 첨단 세라믹 소재 중요성이 크다.

티탄산 지르콘산 연(PZT), 산화아연(ZnO) 등 압전성을 갖는 첨단 세라믹 소재는 MEMS 구조 가속도센서와 각속도센서, 초음파센서, 질량센서 등 기능을 구현한다. 이외에도 압저항성과 적외선 감지기능, 내열성 등은 압력센서, 적외선센서, 온도센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해외 의존도가 높지만 파트론, 티엘아이 등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소규모 센서전문 벤처기업 등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라믹 소재업계 관계자는 “전자제품 대부분에 첨단 세라믹이 사용된다”며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바이오, 에너지, 우주항공 등 미래 기술 시장에서 지속적 성장동력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첨단 세라믹 산업 발전에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