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이경진 보스턴컨설팅그룹 TAO 한국대표

“한국은 이제 기술강국이 아닙니다. 인터넷 속도는 빠를지 모르지만 영양가 있는 기술 채택은 일본이나 중국에도 뒤처져 있습니다. 고민이 많습니다.”

이경진 보스턴컨설팅그룹 TAO 한국대표의 진단은 차가웠다. 한국 정보기술(IT) 환경에 대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 TAO(Technology Advantage Office)는 보스턴컨설팅그룹 내 기술 특화 컨설팅 조직이다. 디지털 경제시대 기술이 경영전략 수립과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졌고 이 대표는 올해 초 생긴 TAO 한국 조직 수장을 맡았다. 무엇이 글로벌 컨설턴트 눈에 위기로 보였던 것일까.

[人사이트]이경진 보스턴컨설팅그룹 TAO 한국대표

“핀테크·클라우드·빅데이터 등이 논의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 클라우드 시장은 미국 대비 10분의 1도 안 됩니다. 국내에서 지지부진하는 동안 새로운 IT와 기술로 무장한 해외 사업자가 경쟁 환경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혁신의 시대임에도 국내 기업의 준비가 부족해 우려스럽다는 얘기다.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은 내외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한 선도 크루즈사는 고객 프로필, 가격제시 시점, 제공 상품을 바탕으로 고도로 세분화되고 표적화된 가격책정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빅데이터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 아닌가요.”

이 대표는 문제 원인이 IT 투자의 폐쇄성, 규제에 의한 시장 성장 장애, 최고정보책임자(CIO) 짧은 임기 등 한국적 특성이 결합된 배경에 있다고 봤다. 시가총액 10대 그룹이 모두 IT 계열사나 자회사를 두고 철저히 자회사 이익에 근거한 IT 투자를 집행하는 환경에서 제3자 서비스 제공은 상대적으로 배제될 수 밖에 없고 규제 이슈 등이 물리면서 IT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초기 사업 맹아(Digital attacker)’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해외 선도 기업은 디지털 기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유통·금융·제조 등 업종을 막론하고 디지털랩을 세우고 장기적으로 자사에 이익이 될 기술이나 기업을 발견하면 과감한 인수합병까지 감행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혁신성이 있는 초기 사업 맹아를 육성하기 위한 별도 조직이나 법인의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와 긴밀히 협력해 개발하는 ‘애자일’ IT 전략과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 생태계 입지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