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7>정재진 씨드림 대표 (단국대 교수)

정재진 씨드림 대표는 “사물인터넷으로 낙후한 한국 영농방식을 혁신해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재진 씨드림 대표는 “사물인터넷으로 낙후한 한국 영농방식을 혁신해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물인터넷(IoT)이 영농방식을 혁신해 농민에게 ‘고생 끝 행복 시작’의 복음(福音)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재진 씨드림 대표(단국대 교수)를 경기도 용인 단국대학교 창업보육플라자 206호실에서 만난 것은 이런 궁금증의 답을 듣기 위해서다.

그는 IoT기술을 영농에 접목해 농업혁신을 이룩하겠다는 창조영농 기획자다. 농작물 생육환경을 원격조종할 수 있는 농장인터넷(IoF) 플랫폼을 개발해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농업은 자연재해에 큰 영향을 받는다. IoT기술의 IoF 플랫폼을 이용하면 날씨 정보를 사전에 알려줘 재해에 대비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물 최적 생육환경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어 초보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가격 추이를 분석해 농산물 가격폭락도 막을 수 있다. 퇴직 후 귀농을 희망하는 이에게 안성맞춤 플랫폼이다.”

씨드림은 2014년 6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새롭게 기획한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 신규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2년간 정부 지원을 받는다.

-씨드림은 언제 설립했나.

▲지난 2월 설립했다. 직원은 14명이다. 기술엔지니어 네 명과 농업전문가 두 명, 비즈니스 전문가 네 명, 경영진 네 명이다. 경영진은 대기업 전직 임원들로 실무 경험이 풍부하다. 회사 설립 전에는 단국대가 사업을 주관했고 내가 사업단장을 맡았다.

정 대표는 단국대학교 미래인터넷융합정책연구센터장이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로 1인 2역을 하고 있다. 그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행정학 석사를,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IT인력양성 팀장과 디지털콘텐츠 팀장을 거쳐 국내 통신업체에서 일했다.

-IoT를 농업에 적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 농업은 ICT강국에 걸맞지 않게 낙후해 있다. 고소득을 올리는 농민은 소수다. 다수 농민은 고달프고 소득이 낮다. 고령화로 인한 농촌 일손부족 현상도 심각하다. 우리도 ICT를 이용해 영농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대학에서 IoT 영농방안을 놓고 교수 20여명이 모여 매월 세미나를 하며 연구했다. 그 방안으로 2014년 6월 미래부 신산업프로젝트 신규 과제에 응모해 IoT 분야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농업도 경쟁시대다.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에서 파는 농산물은 규격화해 보기 좋고 품질도 우수해 제값 받고 판다. 반면에 일반 시장에서 파는 노지 재배 농산물은 제값을 받지 못한다.

-정부지원은 언제까지인가.

▲2016년 6월까지다. 그 안에 성공모델을 만들어 매출을 내야 한다.

-기존 스마트팜(Farm)과 차이점은.

▲인터넷 연결 전후로 나눌 수 있다. 인터넷 연결 이전은 농가별로 별도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했다. 파프리카와 토마토, 딸기, 수박, 오이, 참외, 고추 농가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개별 단위다. 자신이 축적한 최신 영농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못했다. 그러나 IoT 기술 영농은 빅데이터 기반 최적 생육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농민 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플랫폼 장점은.

▲농산물 품질은 높이고 영농비는 절감한다. 농작물을 수확할 때를 제외하고는 생육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해 일손이 필요 없다. 수확할 때만 일손이 필요하다. 작물을 땅에 심는 게 아니라 공중에서 재배한다. 농약이나 비료를 주지 않고 영양분을 액체로 공급한다. 친환경 영농이어서 농민 삶의 질은 좋아지고 농가소득도 증가한다.

-플랫폼 개발은.

▲SK텔레콤과 전자부품연구원, 맥스포, 디지털시스가 연합체로 참여하고 있다. IoT 기반 개방형 플랫폼(모비우스)과 LTE망, 모바일앱, 자동화시스템을 각자 개발했다. 지금은 플랫폼 실증시험 중이다.

-농민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하나.

▲IoT 플랫폼을 구축하면 단지 안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일조량과 같은 생육환경과 작물정보를 감지기로 수집하고 LTE망 등 무선망으로 IoF 서버에 자동 저장한다. 이 정보는 두뇌 격인 LoK(Linked open Knowledge) 지식베이스를 바탕으로 농업빅데이터와 기상정보, 농작물 유통정보, 병해충 정보를 농민 PC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제공한다. 생육환경 자동화 주기는 농장주가 결정한다. 농작물 조절주기가 잘못되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내용은.

▲플랫폼 보급과 수출, 창조영농인 양성, 기술이전이다. 올해 3개 농장에 IoF 플랫폼을 보급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전국 50개 공급이 목표다. 5년 안에 매출 목표가 5500억원이다.

-플랫폼 설치비용은.

▲표준 모델은 규모가 6600㎡(2000평)다. 3.3㎡당 40만원이다. 총 8억원이 들어간다.

-막대한 비용인데.

▲비용 중 국비보조가 30%고 지자체 보조 20%다. 농협 대출이 30%인데 약 1.1%의 저금리다. 자부담이 20%다. 정부 자금 지원 확대가 가장 절실하다.

-수익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토마토는 이모작을 할 수 있다. 3.3㎡당 10만원의 소득을 예상한다. 3년 이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생산한 농작물은 킴스클럽과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 납품하도록 할 방침이다.

-귀농인을 위한 사업은.

▲귀농자 영농지원과 리스 사업이다. 귀농자를 위해 신규 가맹계약, 시설농장 입지 분석과 시설과 운전 자금조달 지원, 토지 구매와 시설구축 인허가, 전문 인력 기술 교육, 귀촌 컨설팅, 작물재배 온라인 판매, 씨앗 판매까지 모든 영농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귀농한 농장주가 원한다면 연 3000만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전문가인 농가 마이스터를 농장에 파견해 영농과정을 지도해 준다. 농장 리스사업도 한다.

-전문 인력 교육은 어디서 하나.

▲창조영농인 양성 교육과 기술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825㎡(250평) 규모의 교육훈련농장을 지방에 준비 중이다. 6월에 문을 연다. 이와 함께 첨단시스템을 갖춘 6600㎡(2000평) 규모 실습장도 마련한다.

-수출도 하나.

▲중국과 일본이 수출대상이다. 중국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 플랫폼 400개를 수출할 계획이다.

-우리 첨단 영농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낙후해 있다. 네덜란드는 기후나 토양조건이 주변에 비해 나쁘지만 농업강국이다. 우리보다 농업기술이 100년은 앞서 있다. 네덜란드 농민은 7만5000명이다. 우리는 100만명이 넘는다. 농가 소득은 그들의 40% 미만이다. 그들은 농업에 ICT를 접목해 노동력이 아닌 시스템으로 농사를 짓는다. 네덜란드에 가보고 놀랐다. 우리는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농약을 뿌린다. 그들은 바이러스가 발생했다고 연락하면 천적을 보내준다고 했다. 국내 농가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은 네덜란드 프리바 제품이다. 소프트웨어를 한 번 업그레이드하려면 2000만원이고 애프터서비스 비용은 한 시간당 100만원이라고 한다. 앞으로 한국형 프리바 개발에도 나설 생각이다.

-어느 지역부터 시작하나.

▲충남 부여군이 1인당 소득이 높다. 엘리트 귀농단지로 적합하다. 이용우 부여군수와 장기 임대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귀농 희망자에게 토지를 장기 임대하고 행정 지원도 해주는 방안이다. 부여에는 우듬지영농조합법인이 있는데 토마토와 딸기, 오이 같은 작물을 재배한다. 품질이 좋아 이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화성에 있는 화성21영농조합법인은 2만4000여㎡(7500평)에서 연 매출이 25억원이라고 한다. 맛이 좋아 미국에서 주문이 쇄도하지만 물량이 달린다.

-앞으로 계획은.

▲우리 농업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ICT를 바탕으로 한국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만들고 싶다. 5년 안에 세계 시장에서 최고 농장을 만들고자 한다. 해외에도 진출해 터키와 아프리카에 대규모 농장을 조성할 생각이다. 토마토와 파프리카는 이미 검증한 작물이다. 완전 제어가 가능하다. 50만평이건 100만평이건 드론으로 관리할 수 있다. 남북이 통일되면 식량문제가 심각할 텐데 식량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100세 시대에 인생 이모작과 심각한 청년 취업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 농업 조류(潮流)를 바꾸는 첨단기술 영농이 언제쯤 농민 삶 속에 견고한 뿌리를 내릴까. 하루빨리 그런 영농시대가 오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끝냈다.

이현덕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