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자동차 충돌의 과학

자동차 회사는 충돌 시 차 앞·뒤를 오히려 더 찌그러지게 만든다. 승객 안전을 위해서다. 충돌 시간에 반비례해 커지는 충격량 원리를 이용한 ‘충돌의 과학’이다.

충격량은 충돌 시간이 길수록 적어진다. 자동차 앞·뒤를 더 잘 찌그러지게, 지그재그 구조로 만들면 충돌 시간이 길어져 충격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충격 흡수 구조를 ‘크럼플 존’이라고 부른다. 차가 1m 찌그러지는 동안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힘은 90%가량 줄어든다. 이 힘은 크럼플 존에 흡수된다.

모의 충돌 시험 장면
모의 충돌 시험 장면

반면에 앞·뒤 크럼플 존 사이에 놓인 탑승자 안전 케이지는 튼튼한 강철 구조로 제작한다. 심한 충돌이나 전복에도 형태를 유지한다. 자동차 모양이 변하며 찌그러질 때 그 공간에 탑승자가 갇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충돌 시 발생하는 에너지가 탑승자를 비껴가게 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안전 설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사고는 생명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이다. 무게가 무겁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충돌 시 앞으로 튀어나가는 관성이 워낙 세다. 에어백 같은 안전장치를 추가로 설치하는 이유다.

에어백은 충돌 시 빠르게 부풀어 오르는 공기 주머니로 승객을 보호한다. 센서가 충격을 감지하면 에어백제어장치(ACU)가 전개 여부를 판단해 팽창시킨다. 이 과정은 수십 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만에 이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현대모비스가 국내 최초로 ACU를 독자 개발했다. 2013년에는 기능안전 국제표준(ISO 26262) 인증을 세계 최초 획득했다. 위험요인 제어 및 고장 방지를 위한 설계, 검증 및 평가 등 전 과정에 걸쳐 ISO 26262 요구사항을 충족했다.

안전벨트는 사고 시 승객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다. 관성으로 탑승자가 앞유리를 향해 튀어나가는 것을 막는다. 충격을 넓게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안전벨트는 충돌 사고 시 생존률을 60~70% 가까이 높인다.

액티브 시트벨트(ASB)
액티브 시트벨트(ASB)

최근 안전벨트에도 전자장치가 적용된다. 사고 전에 미리 벨트를 당겨 승객을 강하게 구속시키는 ‘액티브 시트벨트(ASB)’다. 센서를 통해 전방 충돌, 급회전 등 긴급 상황이 감지되면 구동 모터가 순간적으로 벨트를 잡아당긴다. ASB 적용 시 목 상해는 64%, 기타 상해는 10~20%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도 지난 2013년 이 기술을 개발해 제네시스에 적용했다.

충격량을 줄이는 것 외에 사고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는 전자장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긴급자동제동시스템(AEBS)은 전방 차량이나 보행자 충돌이 예상되면 차량을 자동으로 제어해 멈춘다.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을 이탈하면 원 차선으로 돌려놓는 차선이탈방지장치(LKAS), 차선 변경 시 사각지대 차량을 인지하는 사각지대감지장치(BSD) 등도 주목받는 기술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