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제4이통으로 3사 과점체제 혁신

정부가 제4 이동통신 도입과 요금인가제 폐지, 도매시장 제도 정비, 알뜰폰 경쟁력 제고라는 4대 정책을 한꺼번에 들고 나온 것은 결국 ‘경쟁’을 통해 가계통신비를 잡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적절한 정부 개입과 동시에 시장의 힘을 빌려 당장의 경쟁 촉진은 물론 장기적으로 경쟁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이슈분석]제4이통으로 3사 과점체제 혁신

우선, 대규모 장치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이동통신시장에 네 번째 플레이어(제4이동통신)가 들어올 수 있도록 파격적인 ‘당근책’을 들고 나왔다.

25년 만에 요금인가제를 전격 폐지해 이동통신사 경쟁 중심을 ‘가입자 뺏기→요금인하 경쟁’으로 돌려놨다. 도매시장을 정비해 요금인가제 폐지로 인한 시장지배력 남용을 견제하는 한편, 다양한 소매서비스가 등장할 기반도 마련했다. 알뜰폰은 이동통신시장에서 실질적 경쟁주체로 성장이 기대된다.

◇제4 이통 강력 추진...다양한 당근책 제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주파수 우선할당’ 방안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존 2.5㎓ 40㎒폭 외에 2.6㎓ 40㎒폭도 우선할당 대상에 포함했다. 2.6㎓ 대역이 이통 3사 경매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제4 이통 신규사업자가 선택하고 남은 주파수를 이통 3사에 분배할 것”이라고 말해 제4 이통 배려 의지를 드러냈다.

주파수에 맞춰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 TDD)과 주파수분할 (LTE FDD) 기술방식을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신규사업자는 선호하는, 그리고 유리한 기술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LTE TDD는 주파수 효율이 우수하다는 점과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사용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LTE FDD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장비나 단말기 호환성이 뛰어나다.

미래부는 또 신규사업자 초기 망 구축 범위를 좁게 설정해 투자부담을 줄여줬다. 허가서 교부 후 서비스 개시시점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25% 커버리지(인구기준)만 구축하면 된다.

망 미구축 지역은 이통 3사 국내로밍서비스 의무화로 해결했다. 5년차까지 단계적으로 95% 전국망을 달성하도록 했다. 상호접속료는 차등 적용하기로 했으나 아직 구체적 적용기간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신규사업자가 단독 입찰하더라도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최저경쟁가격’을 정해 최소한의 주파수 대가를 치르도록 했다.

미래부는 제4 이통 도입으로 이통 3사로 고착화된 경쟁구도가 변할 것으로 기대했다. 제4 이통이 도입된 이후 프랑스에서는 1위사업자 점유율이 42%에서 37%로, 스페인에선 47%에서 34%로 감소했다.

요금인하 기대감도 높다.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에선 제4 이통 진입 이전과 비교해 가입자 1인당평균수익(ARPU)이 8.2%에서 최고 43.9% 감소한 사례가 있다.

관건은 경쟁력 있는 제4 이통 사업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미래부는 △기간통신역무의 안정적 제공에 필요한 능력(40점) △재정적 능력(25점) △기술적 능력(25점) △이용자보호계획의 적정성(10점)의 심사기준을 세웠다.

각 심사항목별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아야 하고, 총점 70점을 넘어야 한다. 고득점 1개 업체만 선정한다.

조 국장은 “전국망 구축에 최조 2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고, 이통 3사 마케팅 비용이 연간 8조원 정도 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재정능력이 충분한 업체가 들어와야 한다”며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구분 없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사업자 진입을 허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인가제 폐지...요금 결정권 정부에서 시장으로

미래부는 25년 만에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했다. 관계기관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이용약관심의 자문위원회’에서 사업자가 신고한 요금제를 들여다보도록 했다. 절차를 기존 최고 2달에서 15일로 줄여 신규요금제 출시기간이 단축됐다.

기존 요금인가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미래부는 ‘검토기준 대폭 완화’를 내세웠다. “요금 결정권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넘어간 것”이라는 답변도 곁들였다. 과도한 요금인상이나 공정경쟁 저해 시에만 자문위원회가 개입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물가안정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허가도 받아야 했으나 이런 절차가 사라졌다.

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신고일로부터 최대 30일 내에 보완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보완을 하지 않으면 자동 무효처리가 된다.

미래부는 이날 아침 열린 당정협의에서 나온 요금인가제 폐지 신중론 등 오히려 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다음 달 중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 전기통신사업법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조 국장은 “당정협의에서 당도 정부안에 공감했다는 점은 확실하다”며 “다만 찬반양론이 있는 것에 대해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도매시장 제도도 정비하기로 했다. 도매시장은 사업자 간 통신설비 사용 거래를 의미한다. 통신설비가 시장지배력의 근간인만큼 이를 이용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소매사업자가 이를 쉽게 빌려 쓸 수 있도록 해 다양한 경쟁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미래부의 아이디어다.

우선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정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로 했다. 지금은 일반적 규정 없이 요금인가나 상호접속, 도매제공 등 규제별로 기준이 제각각이다. 이를 하나로 통합해 통신시장에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시장지배력 정의규정을 신설한다. 그리고 도매시장 중심 경쟁상황평가를 수시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제4 이통 신규사업자나 알뜰폰 사업자에 로밍이나 도매제공 등이 더 쉽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부는 또 상호접속료 인하, 인터넷망 접속제도 정비 등을 지속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알뜰폰을 이동통신시장에서 실질적 경쟁주체로 육성하기 위해 내년 9월 일몰 예정인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제도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