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창립 17년, `자유`와 `개방`이 구글을 만들었다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등 구글 창업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정신은 자유와 개방입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 구글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라즐로 복 구글 인사총괄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를 비롯해 직원의 길을 막지 않는다”며 “스스로 분기별 목표를 정하고 회사는 이를 도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라즐로 복 구글 인사총괄 수석부사장
라즐로 복 구글 인사총괄 수석부사장

올해는 구글이 생긴 지 17년째 되는 해다. 복 부사장은 제너럴일레트릭(GE)과 매킨지 컨설팅을 거쳐 2006년 구글에 합류했는데 당시 5000명 수준이던 구글 직원은 2015년 현재 약 5만명으로 10배 늘었다.

복 부사장 말처럼 구글 엔지니어는 개방을 주제로 자유롭게 자사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었다.

석인혁 구글 검색품질 분석가를 비롯해 한국인 엔지니어 네 명은 수년째 한국 공공기관 정보 개방을 위해 노력 중이다. 구글 특유 ‘80:20(근무시간 20%는 본업과 상관없이 개인 관심사에 집중하도록 배려하는 정책)’ 문화 덕이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한국 공공기관 웹사이트 크롤링(웹에 분산된 문서를 검색엔진이 찾아내는 기술) 허용률은 2008년 50%에서 2015년 85% 수준으로 높아졌다.

석인혁씨는 “여전히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중 4개가 부산시는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 웹사이트 콘텐츠를 검색엔진이 찾아내는 것을 막는다”며 “애써 만든 사이트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더욱 쉽게 인터넷에 다가가는 방법도 ‘개방’이라는 맥락에서 만든다.

시각장애인인 케이시 버크하트 구글 시니어 SW엔지니어는 “구글은 색맹, 색약, 전신마비 등 장애인이 인터넷 서비스를 제한 없이 사용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며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구글 기본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케이시가 속한 접근성 관련 팀은 수시로 장애가 있는 이들을 포커스그룹으로 선정해 테스트를 진행한다.

접근성 향상 목표는 웹 검색에서부터 ‘안드로이드 오토(드라이빙 OS)’ 무인자동차까지 예외가 없다.

이브 앤더슨 접근성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따로 통계를 내지는 않지만 구글 직원 중에는 한 가지 이상 장애가 있는 사람이 많다”며 “이들이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며 불편한 이들에게 배려하는 서비스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앱에 포함된 콘텐츠를 마치 웹검색처럼 찾아내는 앱색인 생성(인덱싱) 기술은 한국인 엔지니어 두 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대규모 팀으로 발전했다.

개발자가 올리는 앱 소개를 넘어 앱에 실제로 존재하는 콘텐츠를 웹에서 검색하고 이를 이용자가 다운로드 한 번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구글은 26일(현지시각)부터 기술 적용 범위를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앱까지 확장했다.

이 팀을 초창기부터 이끈 염재현 구글 시니어 SW 엔지니어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구글 개발자로서) 보람차다”고 말했다.

구글의 최근 고민은 이미 초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직원을 ‘벤처기업 구성원처럼 움직이게 하는가’다.

복 부사장은 “구글이 직원에게 자유와 개방을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작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채용은 매우 보수적으로 하되 그 이후에는 자율에 맡기고 결과만 보는 것이 구글 인사 정책 핵심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