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세계 반도체 지형 변화...잇단 대형 M&A

[이슈분석]세계 반도체 지형 변화...잇단 대형 M&A

세계 반도체 시장 사상 최대 인수합병 투자가 잇달아 터져나왔다. 인텔-알테라, 아바고-브로드컴, NXP-프리스케일의 전략적 합병으로 올해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생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역사를 다시 쓰는 해가 될 전망이다.

올 상반기 세계 반도체 시장은 대형 반도체 기업의 잇단 인수합병 소식으로 출렁였다. 한국기업이 장악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아닌 시스템반도체 분야 강자들이 연이어 초대형 인수를 결정했다. 사물인터넷(IoT), 지능형 자동차 등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2014년 매출 기준으로 살펴보면 인텔은 알테라를 인수해 1위 입지를 다졌다. 메모리 경쟁력을 앞세워 추격에 속도를 낸 2위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일 수 있게 됐다.

아바고와 브로드컴은 10위권 밖이었으나 합병을 마치면 세계 7위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비메모리 분야 전통 강자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까지 제치는 셈이다.

NXP와 프리스케일은 10위로 도약하는 게 유력하다.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인피니언, 르네사스 등과 경쟁했지만 월등한 격차를 두고 단숨에 이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근소한 차이로 마이크론을 추격한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매출 기준으로 마이크론을 제쳤다. 올해 연간 매출 기준으로 마이크론을 앞지를지 눈길을 끈다. 모바일D램과 3차원 낸드플래시, 서버용 D램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는 게 시장 중론이다.

반면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통신 칩 기술로 성장한 퀄컴은 올해 부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매출처 중 한 곳인 삼성전자 갤럭시 프리미엄 제품군에 AP를 공급하지 못한 게 주효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저가용 AP 시장은 미디어텍과 인텔이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어 위협적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올해 세계 AP 시장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늘릴지도 관심거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118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반도체 시장의 사실상 마지막 대형 딜일 줄 알았는데 잇달아 대형 거래가 터져 놀랍다”며 “그만큼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위주로 재편해야 앞서나갈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심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