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된 벤자민 플랭클린에 맞선 한국형 낙뢰솔루션…옴니엘피에스 쌍극피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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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2년 벤자민 프랭클린이 발명한 피뢰침이 재해석되고 있다. 인류는 이 때부터 수천만 볼트(V)의 번개를 집이나 시설물에 설치한 피뢰침으로 받아 대지로 흘려보냈다. 250년 이상 번개로 인한 화재나 피해로부터 인류를 막아낸 ‘보호막’이었다. 하지만 낮은 전압의 정밀한 네트워크 설비나 각종 전자설비가 등장하면서 낙뢰로 인한 서지 충격에 따른 사고는 오히려 늘고 있다.

이후 1990년대부터 선행 스트리머 방사형(ESE) 유도 광역피뢰침도 나왔다. 하지만 효과는 이전 단계에서 크게 진보하지 않았다. ESE 피뢰침은 뇌운(구름)이 근접하면 고전압 등을 발생시켜 피뢰침 끝단에서 스트리머를 방사해 예상보다 빠르게 뇌운을 유도(흡입)하는 기술이다. 결국 낙뢰가 다른 장소에 떨어지는 확률은 줄였지만, 직격뢰 피해나 방전된 전기가 다시 시설물로 유입되는 피해는 여전했다. 이 때문에 낙뢰를 유입하지 않고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낙뢰솔루션이 한국에서, 그것도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낙뢰를 막지 못한다면, 피하라”

옴니엘피에스가 개발한 쌍극자피뢰침은 뇌운이 접근할 때 대지 전하를 사전에 방전시켜 낙뢰 조건을 만들지 않는 게 핵심이다. 낙뢰 유입을 유도해 대지로 전압을 방전시키는 기존 피뢰침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낙뢰 자체를 수용하지 않는다.

이 피뢰침은 끝이 음전하나 양전하 등 어느 한쪽이 아닌 무극 상태를 갖도록 해 뇌운 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음전하 성질을 띤 뇌운과 양전하가 만나는 낙뢰 조건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애초부터 낙뢰가 발생하지 못한다.

쌍극자피뢰침은 폴리머 애자(절연체)·방전 갓(도체)·코로나(자외선 에너지) 방전부·피뢰침 본체 등으로 구성됐다. 뇌운이 접근하면 대지와 연결된 피뢰침 본체에 양전하가 모여드는데 이 때 본체와 절연된 ‘방전 갓’은 쌍극자 원리에 의해 음전하를 띤다. 이 과정에서 본체(양전하)와 방전 갓(음전하) 사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높아져 코로나 방전이 일어난다. 결국 뇌운에 빼앗길 양전하를 피뢰침에서 소멸시키는 원리다.

정용기 옴니엘피에스 회장은 “일반 피뢰침은 직격뢰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미 땅 밑으로 방전된 전기가 다시 유입돼 (저전압에) 민감한 각종 전기·전자설비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쌍극자피뢰침은 자연 낙뢰 조건을 만들지 않은 기술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낙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최근 쌍극자피뢰침에 ‘서지보호기(SPD)’를 더해 유도뢰 피해를 예방하고 ‘탄소접지봉’으로 전류를 원활하게 대지로 방류하는 등 ‘뇌보호 시스템의 트라이앵글 공법’을 구성하는 토털 솔루션을 개발해 완성도를 높였다.

◇낙뢰 시험설비로 시장성 입증

옴니엘피에스는 2013년 서울 양평동 사업장에 낙뢰 등 과전압으로부터 전기시설 보호에 사용되는 서지보호기(SPD) 시험장비와 고전압 낙뢰 시험설비를 갖췄다. 아직 생소한 쌍극자피뢰침의 시장성 입증을 위한 시뮬레이션 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산업자원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SPD분야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5월엔 독일 시험인증기관(TUV) 인증도 통과했다. 낙뢰 분야에서 CE 인증 신청을 위한 글로벌 표준 규격 수준 시험기관인 셈이다. 해외 표준 규격 시험 뿐 아니라 낙뢰솔루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고도화 장으로 쓰인다.

시험설비는 직격뢰와 유도뢰 전류파형 모두 시뮬레이션하는 통합 형태로 기존 장비에 비해 부피가 절반 정도로 작지만 다양한 낙뢰조건을 연출한다. 설비는 SPD KS시험규격 ‘KS C IEC 61643-11’에 따라 고전압 시험설비를 구축했다. 20억원 예산을 투입해 임펄스 전류발생장치(10/350㎲, 50kA)와 서지전력발생장치(1.2/50㎲ 20kV, 8/20㎲ 10KA) 등 고전압 시험 장비를 구축해 신뢰성을 높였다.

일반 피뢰침과 쌍극자피뢰침의 동작원리나 성능 측정을 위한 직류(DC) 고전압 발생장치, 오실로스코프, 평판전극, 분압기 프로브(Probe)로 구성했다. 이 때문에 직류 전압을 인가해 뇌운을 생성시켜 초고전압 낙뢰 상황을 연출해 동작원리와 성능 테스트가 가능하다.

시험장비는 다양한 형태 직격뢰를 모의한 파형으로 낙뢰 전류 표준 파형(10/350㎲)과 최대 5만A 대규모 낙뢰전류용량까지 테스트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 장비에 건물이나 선로 전선 등을 통해 유입되는 유도뢰 시험파형(8/20㎲)에 낙뢰전류용량을 최대 12만A까지 인가하기 때문에 실제 낙뢰 시험이 가능하다.

◇국제 표준 등극 ‘눈앞’

옴니엘피에스가 2002년부터 연구해 완성한 쌍극자피뢰침 기술과 실험 결과 논문은 2013년 미국 IEEE(전기·전자 기술자협회) 논문심사에 통과했다. 2002년 형광등 발광원리에서 착안해 쌍극자피뢰침을 개발한 후 기술 고도화와 엄격한 시장 검증을 거쳐 1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 분야 관련 다양한 이론이 IEEE에 논의 된 적은 있지만 제품화된 기술이 통과된 건 벤자민 프랭클린 피뢰침 이후 처음이다. 미국 주도 국제표준인 IEEE를 시작으로 유럽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 표준 등극에도 유리하게 됐다. 향후 국가 별 소방 등 보호시설 기준 등에도 오를 전망이다.

IEEE가 인정함에 따라 최근 옴니엘피에스 쌍극자피뢰침 적용하겠다는 문의가 늘고 있다. 2003년 청와대(경호실·비서실)에 쌍극자피뢰침이 처음 도입된 후 기상청,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세종시 정부청사, 발전소와 군 시설물 등에 쌍극자피뢰침이 표준공법으로 적용되거나 협의 중에 있다. 최근 대규모 생산설비를 보유한 대기업에도 도입이 유력시 되고 있다. 정밀한 생산설비가 요구됨에 따라 낙뢰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쌍극자피뢰침 도입 검토가 7년째 진행 중이다.

쌍극자피뢰침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서서히 인정받고 있다. 옴니엘피에스는 지난해 멕시코 대통령 사저를 비롯해 일본 내 137개 골프장을 보유한 아코디아골프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몽골 태양광발전소 시장을 비롯해 미국 내 군사시설에도 구축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