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삼성전기 구조조정…`선택과 집중` 기조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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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HDD모터 사업에서 철수하며 예견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10월 그룹 차원에서 실시한 경영진단 결과대로 수익성 낮은 비주력 사업 정리에 나선 것이다. 당초 정리 대상으로 함께 거론된 파워모듈과 ESL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HDD모터 기본 구조(자료:삼성전기 홈페이지)
HDD모터 기본 구조(자료:삼성전기 홈페이지)

2013년 매출 8조2566억원, 영업이익 4640억원에 달하던 삼성전기 실적은 지난해 매출 7조1437억원에 영업이익 17억원으로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에 그쳤다. 11년 만에 경영진단을 받고 사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이유다.

삼성전기는 시장 환경 변화시기마다 사업 매각과 분사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파트론, 에스맥, 나노스, 와이솔 등이 삼성전기서 분사해 주요 부품업체로 성장했다.

시장은 반기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적자 사업을 덜어내면서 전체 외형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이 형성된 무선충전과 차기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부품 등 신규 사업 추진도 부담을 덜었다.

카메라모듈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시장 전망이 상대적으로 밝은 주력 사업에는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 베트남 공장에 렌즈와 액츄에이터 등 일괄 생산설비 구축을 완료하고 카메라모듈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MLCC도 필리핀 공장에 2880억원을 들여 설비를 증설한다. 두 제품 모두 중화권 시장 수요 확대로 실적 개선 견인차 역할을 할것으로 기대된다.

전장부품을 새로운 단위 사업 조직으로 꾸려 HDD모터 사업 빈 자리를 채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신사업추진팀 내에서 도맡아 진행하고 있지만 경쟁사 대비 다소 늦게 준비를 시작한 만큼 사업을 조기에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기존 주력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시장은 장기 성장 불확실성과 함께 경쟁심화로 인한 부품 단가 인하 요구가 크게 늘어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

줄어든 매출 규모를 회복하고 효율적인 원가 구조를 가져가기 위해 소재·부품 내재화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베트남 공장 카메라모듈 일괄 양산체계는 물론이고 무선충전모듈에 들어가는 각종 소재와 부품 자체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HDD모터 사업 철수를 시작으로 그룹 전반에 형성된 ‘선택과 집중’ 기조가 삼성전기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실적이 부진한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수익성과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한편, 삼성전기는 HDD모터 사업 철수 공시 이후 이어진 비주력사업 분사 추진 관련 조회공시 요구에 “제품 구조조정을 위해 경영실적이 부진한 사업 분사를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HDD모터 사업 중단 및 잔여 자산 처분 결정 외에는 확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