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자동차·ESS 등 규제가 수출길 가로 막아…공학한림원 기술규제 개선 촉구

우리나라가 개발한 무인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기술규제 벽에 가로막혀 산업 발전은 물론이고 수출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복잡한 기술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오영호)은 29일 서울 한국기술센터에서 ‘제219회 한국공학한림원(NAEK)’ 포럼을 열고 ‘산업발전을 위한 기술규제 개선 및 정책 제언’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기술규제 관련 법령 조항은 총 4463개로 법령 1643개, 시행령 982개, 시행규칙 1838개 등으로 구성됐다. 소관법령 외에도 각 부처별 관리기관이나 지자체 조례 등에도 많은 기술규제가 분포하지만 이에 대한 통계나 관리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발표자로 나선 이광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단장은 “기술규제는 규제 내용에 대한 이해가 어렵고,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 역시 어렵다”며 “하지만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기업 혁신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기술규제 발굴·개선과 더불어 신시장 창출 측면에서 규제공백 해소를 위한 신규 규제 제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공학한림원은 산업발전규개위를 통해 무인자동차, ESS, 모바일 헬스케어 등 분야에서 개선과제를 도출했다.

무인자동차 분야에서는 핵심기술인 차량과 차량, 차량과 도로 간 통신인 ‘V2X’ 주파수 대역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국내는 국제 표준 주파수 5.9㎓와 다른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내수용 무인자동차는 해외에 수출할 수 없다.

공학한림원은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5.9㎓ 영역대를 무인자동차용 주파수대역으로 할당하고 기존 방송통신중계용 주파수 대역을 별도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SS 시장에서도 한국만 낙오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SS가 법령에 따라 발전원, 부하설비, 송배전설비 등으로 제각각 규정되는데 이로 인해 설치와 운영에 제약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미국은 ESS가 다양한 지위를 갖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공학한림원은 ESS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 사업자 다양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학한림원은 “기업과 산업 발전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기술규제 해소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대한민국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규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창조경제 실현은 요원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규제로 인해 글로벌 환경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가정신을 막고 높은 진입장벽으로 시장 고착화를 초래하는 기술규제를 제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