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인캡 설비` 카피캣 논란 확대…디스플레이 장비업체 간 법정 공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제작 공정 핵심 장비인 ‘인캡 진공 합착기(얼라이너)’를 놓고 장비업체 간 ‘카피캣’ 논란이 불거졌다. 법적 책임 공방으로 번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디스플레이 업계에 기술유출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글로벌시스템(대표 박성갑)은 최근 OLED 증착장비 업체인 디오브이(대표 윤근천)를 대상으로 대금 미지급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는 디오브이가 자사 핵심 기술을 도용해 카피캣 제품을 만들었다고 주장, 기술 유출에 대한 추가 소송도 준비 중이다.

디오브이는 LG디스플레이 1차 협력사다. 회사는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할 ‘3.5세대 인캡 얼라이너’ 설비 제작을 디오브이에 맡겼다. 이 장비는 OLED 봉지(인캡) 공정에서 TFT 글라스와 터치패널 글라스를 진공상태에서 정렬(얼라인)하고 합착하는 설비다. 국내에선 일부 업체만이 기술력을 확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양사는 계약 7개월 만에 법정 공방을 치르게 됐다. 소송전 최대 쟁점은 글로벌시스템과 디오브이간 대금 지급 시점과 기술 카피 여부다. 양사는 두 사안을 놓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시스템은 디오브이 요청으로 장비를 제작, 지난해 10월 말 디오브이 파주 공장에 장비를 입고했다. 이후 LG디스플레이 요청으로 일부 수정과 함께 주요 기능 테스트 등을 마치고 시운전을 지난 1월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11월에 처리됐어야 할 중도금이 계속 지연되면서 양사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진행된 다른 유사장비 두 건도 중도금과 잔금처리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디오브이 측은 제품 검수가 모두 끝난 상태에서 중도금을 지급하는 것이 계약 사항이라는 점을 주장했다. 오히려 검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시스템이 무책임하게 관련 인력을 철수시켜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는 입장이다.

디오브이는 결국 LG디스플레이에 자체 개발한 장비로 최종 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시스템 핵심 기술을 도용해 설비 제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성갑 글로벌시스템 대표는 “테스트 작업이 끝나자마자 장비 제작과 관련한 설계도면과 매뉴얼 자료를 모두 제공했다”며 “도면뿐 아니라 참조할 만한 데모 모델까지 공장에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한두 달 내 카피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기술 도용 혐의를 주장했다.

윤근천 디오브이 대표는 “중국 고객 대응에 시간적 여유가 없어 외주 제작을 맡겼을 뿐 얼라이너 설비 제작 관련 기술이 없어서 외주를 준 게 아니다”라며 “설계도면과 관련한 어떠한 자료도 전달 받은 적이 없으며 대안이 없어 자체 개발해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양사는 지난달 두 차례 변론 회의를 가졌고 7월 법안 본안 심리 절차를 앞두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디오브이로부터 제품을 정상적으로 공급 받았으며 이와 관련 대금 지급도 모두 완료한 상황”이라며 “글로벌시스템과는 직접적인 거래 관계에 있지 않은 상황이라 나서서 중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