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전자 휴대폰과 분리공시제

[기자수첩]LG전자 휴대폰과 분리공시제

‘지원금 상한제’ 논란이 지난주 이동통신시장을 강타했다. LG전자가 미래창조과학부에 단말기유통법상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 달라고 건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현재 이동통신사가 신규 휴대폰에 줄 수 있는 지원금 최고액은 33만원에 묶여 있다. 시장과열을 막고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단말기유통법이 정한 상한선이다. LG전자 건의는 쉽게 말해 ‘휴대폰이 안 팔리니 지원금을 마음껏 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LG전자가 휴대폰 출고가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모두가 지키고 있는 시장 질서를 흔들기보다는 물건값을 내리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선 쉽게 물건값을 내리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글로벌 기업 특성상 국내 출고가를 내리면 해외 출고가도 내려 달라는 압박이 생긴다.

한 번 내린 출고가는 다시 올리기가 어렵다. 한순간에 프리미엄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제조사가 출고가는 그대로 두고 지원금을 통해 판매량을 조절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미래부로서도 지원금 상한을 없애기가 조심스럽다. 단말기유통법 도입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단말기 유통법은 첫째 이용자 차별을 없애고, 둘째 가계통신비를 인하한다는 두 가지 큰 목적이 있다. 지원금 상한을 없애면 두 목적이 모두 흔들릴 수 있다. 보조금 살포를 통한 가입자 뺏기가 재연되고, 그러다 보면 통신비 인하 경쟁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단말기유통법 도입 취지를 살리면서도 지원금을 상향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분리공시제’밖에 없다. 지원금 제공 주체를 이통사와 제조사로 분리, 이통사는 현행대로 지원금 상한을 유지하고 제조사 지원금만 상향토록 할 수 있다. 그러면 지원금은 많이 지급하면서도 통신요금은 오르지 않고, 가입자 뺏기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적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물론 소비자는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어 좋다. 단말기유통법이 분리공시제 없이 도입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