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개그는 개그다

[데스크라인] 개그는 개그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다시 민낯을 드러냈다. 정부의 순간 대처능력은 도마에 올랐다. 순발력도 아쉬웠다. 국민 분노가 절정에 달한 건 당연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풍자로 이어졌다. ‘아몰랑’ 신드롬이 대표적이다. 아몰랑은 논리와 근거가 빈약할 때 현 상황을 회피하는 행동을 통칭한다.

아몰랑 신드롬이 한국사회에 퍼졌던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 지도층 역할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년 전 세월호 사건 때와 비교해도 그랬다. 골든타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비슷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구두선이었다. 수많은 대책방안에도 불구하고 본질이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민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는 과거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번에는 경제다. 메르스 경제증후군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미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를 강타할 태풍이다. 이르면 9월이다. 시간은 충분치 않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와 달리 예고된 악재다. 초동대처 시나리오가 마련돼 있어야 하는 이유다. 백신과 처방전도 구비돼야 한다. 1100조원 가계부채는 언제든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실기해선 안 된다. 세월호와 메르스를 관통하는 교훈을 유념해야 한다. 결정적 순간에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가 돼선 안 된다. 경제는 생존 문제기 때문이다.

대안은 뭔가. 예방의학적으로 접근해 보자. 우선 가계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하나 둘 쓰러지는 자영업자와 기업에 투입할 백신이 필요하다. 외부 수혈을 받거나, 링거를 맞으면서 살고 있는 가계는 쇼크에 대비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전국 가계는 100만원 벌어서 37만원 빚을 갚는다. 쓸 돈이 없다. 가계부채가 구조적으로 소비를 가로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가 올라간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가계, 기업과 상인들 시름이 늘어가는 이유다.

거시경제적으로 사후 대응 시나리오도 필요하다. 미국으로 돈이 일제히 빠져나가면서 경기가 급전직하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경기 하방경직성을 키워야 한다. 억제력을 갖춰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하위계층과 중산층 소득을 늘려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 가계에 평형수를 흘려 넣어야 한다. 복원력 유지가 핵심이다. 미 금리인상분만큼 대체소득이 발생해야 현상유지가 가능하다. 정부는 추경 11조8000억원을 포함해 22조원 재정투입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추경이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낙수효과’에 기반을 둔 한국 경제구조에서는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를 증명했다. IMF는 지난 32년간 159개국 소득과 경제성장 실증조사를 토대로 낙수효과론 폐기를 선언했다. 부유층 소득 증가가 경제발전의 밑거름이라는 논리에 종말을 고했다.

‘아몰랑’은 싫다. 이를 소재로 한 정치풍자는 국가에 대한 국민 관심과 기대를 대변한다. 애정이 있기에 애증이 묻어나는 개그가 만들어진다. 개그를 다큐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지도자가 책임행정과 정치를 한다면, 개그를 코미디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긴다. 개그는 개그다.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하지 않아도 ‘아몰랑!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국가 지도층이 현안을 회피하거나, 국민에 등을 돌려선 안 된다.

김원석 글로벌뉴스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