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추경, 속도만 강조해서야

[관망경]추경, 속도만 강조해서야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사전적 의미는 ‘예산 성립 후 생긴 부득이한 사유로 변경을 가하는 예산’이다. 예산을 집행할 세입이 부족하거나 예기치 못 한 지출이 필요할 때 추가 편성한다.

정부가 11조8000억원 규모 추경을 편성한다. 여기에 기금 변경 등으로 총 22조원을 쏟아부어 경제를 살린다는 계획이다. 직접적 사유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다. 점차 살아나던 경기에 메르스가 찬물을 끼얹은 만큼 추경으로 다시 불을 지핀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가뭄도 추경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정작 추경안을 살펴보면 의아한 부분이 많다. 일단 세입경정이 추경 전체 절반에 가까운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세입경정은 세수 결손을 보전하기 위한 용도다. 정책 실패로 3년 연속으로 생긴 세수 펑크를 추경으로 메우는 것이다. 세입경정을 제외한 6조2000억원 중 메르스 극복 지원에는 2조5000억원, 가뭄·장마에는 8000억원이 쓰인다. 나머지 2조9000억원은 추경의 직접 원인과 관계없는 곳에 쓰이는 것이다.

2조9000억원 중 1조2000억원은 현장중심 맞춤형 교육으로 청년층 취업역량을 높이는 등 ‘서민생활 안정’에 사용한다. 1조7000억원은 대형·특수 재난대비 부족 시설 확충과 같은 ‘생활밀착형 안전투자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투입한다. 필요한 사업임에는 분명하지만 추경을 투입할 만큼 시급한 사안인지, 경기 활성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려대로 야당은 메르스·가뭄 관련 추경만 용인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야당은 추경안이 발표되기 전 세입경정에도 반대한 바 있다. 반대 의견에도 정부와 여당은 “추경안 처리가 늦어져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말대로 재정 투입이 늦어져 경기부양 효과가 떨어지면 안 된다. 하지만 돈을 썼는데도 효과가 안 나면 더 큰일이다. 기준금리 인하부터 추경까지 정부는 사용 가능한 정책을 모두 썼기 때문이다. 야당 주장을 ‘발목 잡기’로만 보지 말고, 합리적 대안을 수용해 추경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속도만 강조해서는 해답이 나올 수 없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