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게임코리아] 대담 "기회는 충분하다. 게임강국 다시 만들자"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경쟁자가 없다시피 한 온라인게임 시대를 지나 모바일로 산업이 빠르게 재편 중이다. 내수시장은 이미 포화다.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 하지만 중국, 유럽 등이 빠르게 경쟁력을 키우며 우리만의 차별점과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시대다.

안으로는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다. 언제든 규제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 게임산업을 향한 사회적 요구도 날로 거세진다.

전자신문은 최근 ‘리스타트게임코리아’ 시리즈로 한국 게임산업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했다. 연장선에서 산업, 학계, 국회, 정부 관계자와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나아갈 길을 살펴봤다.

△참석자(가나다 순)

-강신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장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윤형섭 상명대학교 대학원 게임학과 교수

-사회: 장지영 전자신문 정보통신방송부 부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정보통신방송부장):우리나라가 콘텐츠 산업에서 거의 유일하게 세계에서 1등을 한 분야가 온라인게임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게임산업이 위축됐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 게임산업 현주소와 문제점 그리고 과제를 짚어보자.

◇강신철(K-iDEA 회장)=2000년대 초중반까지 국내 게임산업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을 하면서 글로벌 1등 자리에 올랐다. 2010년 이후에는 침체되는 분위기다. 2013년에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기록했다. 온라인게임은 2008년 이후 매년 10%씩 시장 규모가 줄었다. 모바일게임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온라인게임에 비해 인원이나 투자금이 적다보니 전체적으로 몸집이 주는 것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했다. 산업 내부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공감대가 있다,

업계가 빠른 시장변화에 대응을 못한 점이 원인으로 보인다. 외부적으로는 우리사회가 게임을 좀 가벼운 시각으로 다루면 좋은데 (부작용 등) 무거운 쪽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각종 규제에 시달렸다.

◇윤형섭(상명대 대학원 게임학과 교수)=일선 개발자를 만나면 산업 위축을 체감한다. 서울 시 등에서 지원하는 창업시설에 가보면 소위 ‘방을 빼는’ 스타트업, 소형 게임개발사가 많다.

저렴한 조건의 지원시설마저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산업이 얼마나 위기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일본으로 향한 수출이 반 이상 줄었고 온라인게임 업체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고급, 중급 개발자 자리가 없어진다. 중견기업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창업으로 내물리는 게 현실이다. 일부는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나간다.

위기는 규제 탓? 글로벌 경쟁에 대비 못했기 때문

◇김광진(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산업은 위기일지 모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 할 수 있는 게임이 줄지 않았다. 저만 해도 휴대폰에 외국게임이 깔려 있다. 소비자는 게임산업이 위축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규제 이슈는 업계가 인식개선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연구가 활발하지만 반대로 긍정적 인식 확산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업계가 지금보다 좀 더 종합적이고 적극적으로 게임의 긍정적 인식 제고에 앞장서야 한다.

◇윤태용(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국내 게임산업이 종전에 비해 침체라는 것은 여러 지표를 볼 때 사실이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는 외부 경쟁이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니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 같다. 새로운 산업 트렌드, 경쟁 상황에 지금이라도 대비한다면 도약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사회=소비자 선택은 오히려 늘었다는 것은 글로벌 경쟁이 시작됐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지적이다. 규제 이슈에서 게임업계 방어논리가 부족했다는 부분도 수긍이 간다. 중요한 것은 위기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윤형섭=일단 세계시장 환경분석이 필요하다. 북미, 유럽, 중국 등 거대시장에 흐르는 문화코드 연구가 미진하다. 사실 10년 전부터 준비했어야 했다. 글로벌 경쟁이 이미 시작됐으니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규제 이슈는 갑자기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초로 게임산업 진흥법을 만들었다. 그런 입법 경험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와서는 가장 규제가 많은 나라가 됐다.

각 분야에서 역할을 많이 해야 한다. 일각에서 게임을 ‘마약’으로 몰아붙일 때 업계와 문화부가 노력을 많이 했지만 결국에는 졌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한 업계 신뢰가 많이 줄었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게임 인식 개선을 위한 학술연구를 해야 한다. 이머징 마켓을 주목해야 한다. 중동, 남미 등 아직 미개척 시장이 많다. 많이 비어 있다. 정부도 초기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강신철= 게임산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아직 어린애 같은 부분이 있다. 급성장을 하며 사회적 요구 부응에 소홀했다. 하지만 업계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게임산업을 규제 대상으로 보는 지 진흥의 관점에서 보는 지 헷갈릴 때가 많다.

글로벌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나 국회가 전면에 나서서 게임산업 위기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규제냐 진흥이냐 정부 입장이 뚜렷했으면 좋겠다.

게임에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 우리 사회 기본적인 시선이다 보니 업계가 제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 여기에 산업이 위축되며 협회를 도와야 할 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업이 없어지니 인식제고 연구 등이 제대로 안 되는 악순환 고리가 생겼다.

영화산업도 과거에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규제환경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최근 진흥에 포커스가 맞춰지며 큰 성장을 이루지 않았나. 게임분야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규제보다는 진흥이 필요하다.

게임 업계 종사자가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이유

◇사회=김 의원님이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을 했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광진=지금 한국에서 게임 주관부서가 어디인가? 실제로는 문화부지만 국민들에게는 여성가족부로 비쳐진다. 그만큼 규제논리가 강하다. 규제를 외치는 쪽은 10년 이상 준비해 왔고 지금도 그 수준을 높여나가고 있다. 정부 시각이 ‘진흥이냐 규제냐’를 물으면 현실은 규제다. 정부차원에서 빨리 바꿔야 한다.

업계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 규모는 커졌는데 운영 방식은 아직까지 ‘우리끼리 재미있게 해보자’는 수준을 못 벗어났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면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를 잘 활용하지도 않는다. 입법 논의 현장에 산업이 처한 현실을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지스타만 봐도 그렇다. 부산 영화제와 국비 지원 규모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다. 산업과 이슈를 훨씬 붐업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잡질 않는다.

문화부와 여가부가 게임예산을 어떻게 쓰는지 국회에서 아무도 모른다. 개별 의원은 나서서 할 의무가 없어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업계가 준비해 부처별로 공개 토론회를 한번 해보자.

◇윤태용=확실한 것은 정부의 방향은 진흥이다. 작년에 진흥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실행에 들어갔다. 현장에서 원하는 만큼 지원이 안 된다는 지적은 이해한다.

규제로 게임산업 분위기가 침체됐다는 것은 맞지만 규제 자체가 산업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내수시장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수출은 직접 뚫어주고 싶지만 그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모바일로 체질 전환을 돕고 가상현실 같은 차세대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다. 새로운 기업과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게 지원하겠다. 해외수출은 윤 교수 지적대로 권역별 문화코드 연구가 부족하다. 중국 정보는 디렉토리북 등으로 올해 정리 할 예정이다.

민간에는 인식제고를 위한 자율적인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예를 들어 “게임을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게임산업이 인공지능이나 초정밀 방위산업으로 이어진다. 드라마 같은 대중 매체로 게임 산업을 이끄는 사람을 멋있게 노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윤형섭=미국이 최근 국가차원 게임 연구를 진행했는데 연구용역을 준 주체가 백악관이다. 백악관은 게임 전문 참모까지 뒀다. 우리도 최고의사결정자가 게임에 더 관심을 가지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사행성게임과 일반 게임을 완전히 분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게임이 첨단산업이라고 느낄 만한 공간도 부족하다. 공적영역에서 이런 작업들을 해줘야 한다.

게임 개발자는 예술가인가? 코딩 노동자인가?

◇사회=결국 민간과 정부 그리고 국회가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조직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신철=민간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노력하겠다. 정부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세계 대부분 나라가 세제혜택으로 게임 산업 투자를 늘리듯 우리나라도 이를 적극 검토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처음으로 문화부와 기획재정부가 1년간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를 인정해 주었는데 세액공제 기간 연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기업 투자 독려를 위해 창업보육시설을 운영할 때 투자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김광진=장기적으로 게임이 문화예술 범주 안에 들어가야 한다. 만화는 2013년 문화예술진흥법에 포함 됐다. 부천시와 원혜영 의원이 한국만화를 사랑하는 의원모임을 결성한 것이 시작이었다. 문화예술로 법에 명시되면 어떤 부처도 이것을 범죄로 다루지 못한다.

게임개발자를 프로그래밍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로 격상해야 한다. 영화를 만들면 제일 처음 감독이 나오고 스탭이 엔딩 크래딧에 올라온다. 게임을 누가 만들었는지, 그래픽, 음향, 프로그래밍 분야별로 세분화 해 문화예술인으로 대접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윤태용=정부는 수출 지원과 국가 간 협상 주도로 지원하겠다. 하이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펀드 지원도 늘리겠다. 기업에는 스스로 부작용에 대한 자정노력을 해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윤형섭=문화코드 연구와 글로벌 정보수집을 정책 차원에서 시도해보자. 특히 아시아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하자. 아시아 5개국을 메이저로 정해서 게임 사용자 데이터를 쌓으면 좋겠다. 그게 쌓이면 방향이 잡힌다. 현재 20% 이하인 국가 지원 펀드 가동률도 좀 더 높여야 한다.

정리=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