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실험과 도전이 사라진 게임산업은 필패다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대형 퍼블리셔(배급사)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세운 게임을 외면합니다. 흥행이 불확실하다는 거죠. 신생 개발사들이 시장에서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악순환이 우려됩니다.”

최근 출시한 모바일게임을 두고 한 게임사 대표가 한 말이다. 기자도 내심 기대했던 게임이었다. 개발사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퍼블리셔와 손잡은 것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활황이라고 일부 업체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시장은 자금력과 마케팅 역량을 보유한 일부 게임 퍼블리셔 몇몇이 나눠먹기를 시작한 지 꽤 됐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다양성을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업계가 이미 형성된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는 건 단기 사업적으로 유의미할지 모른다. 장기적으로 문화로서 게임 생태계를 풍성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되지 않는다.

한때 대중영화 제작, 배급, 수입에만 열을 올렸던 대기업이 이젠 저예산, 독립영화를 필두로 이른바 예술성을 갖춘 콘텐츠를 상영하거나 제작을 지원해 구색을 맞추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게임 시장이 흥행이 담보된 콘텐츠로만 채워져서는 대접 받기 힘들다. 게임이 문화산업이 되려면 콘텐츠 다양성은 물론이고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 계속 나와야 한다.

지금 국내 게임개발 풍토가 도전적인 시도에 관대한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 문제는 결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이 풀어야 한다. 남들보다 여유가 있고 손해를 봐도 버틸 수 있는 사람들이 창작자의 과감한 도전을 인정하고 지원해줘야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시장을 새로 이끌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강자가 나오는 것이다.

산업과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하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흥행공식만 따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국 게임산업 경쟁력이 될 수 없다.

최근 중국게임 수입 러시가 그것을 증명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한 가지 무기로만 살아남기는 어렵다. 우리 게임산업에서 보다 진취적인 투자와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