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 오픈플랫폼, 후방산업을 살펴라

자본시장과 은행권이 힘을 합쳐 핀테크 오픈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소식이다. 17개 시중은행과 15개 증권사, 정보기술(IT)기업이 참여하는 범금융 모델이다. 아직 이렇다 할 방향을 잡지 못했던 국내 핀테크 산업의 이정표가 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핀테크 오픈플랫폼은 금융권의 API를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업계가 그간의 높은 문턱을 낮추고 기득권을 일부 양보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오픈플랫폼 구축은 핀테크가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과 융·복합 사업이 등장할 수 있다. 특히 고속도로가 개통하면 주변에 각종 산업단지와 상업지구가 들어서듯 오픈플랫폼은 IT와 접목한 새로운 금융융합산업단지를 만들어 내는 기회를 제공한다. 홍채와 얼굴인식, 지문인증은 보안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근거리무선통신(NFC)과 사물인터넷(IoT)은 금융API와 결합한 창업기업을 등장시킬 수 있다. 송금과 결제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서비스는 덤이다.

편리한 서비스 뒷면에는 반드시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금융보안이다. 금융결제시스템이 갈수록 간편결제로 가고 있는 데 비해 개인정보보안 수준은 이에 상응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은행·카드·증권업계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남아 있다. 규제를 없애고 결제시스템을 간소화하는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간편성만을 강조해 보안취약성을 소홀히 한다면 사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핀테크는 금융과 IT의 융합모델이다. IT가 없다면 융합은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오픈플랫폼에서 소외될 수 있는 IT업계는 금융권과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해야 한다. 핀테크 산업 조연이 아닌 주연 입장에서 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금융권이 이를 살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