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복잡한 먹이사슬-모호한 정부`가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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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앤쇼핑과 현대HCN 간 불거진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이면에는 복잡한 먹이사슬 구조와 원칙이 모호한 정부가 있다. 단순히 일개 방송-홈쇼핑 사업자 대립을 넘어 업계가 오랜 기간 쉬쉬해온 복합적 문제가 외부에 드러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업계는 홈앤쇼핑과 현대HCN 송출수수료 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사업자 협상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부가 어떤 조율에 나설 것인지도 관심이다.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복잡한 먹이사슬-모호한 정부`가 키웠다

◇송출수수료 올라가는데 판매수수료는 낮춰라?

공정거래위원회·미래창조과학부·중소기업청은 지속적으로 홈쇼핑이 제조사에서 받는 판매수수료를 낮추도록 유도해왔다. 제조사 부담을 덜어주고 전체 소비자 구매 단가도 낮춰 물가안정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홈쇼핑업계는 송출수수료 부담을 꾸준히 토로해왔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유료방송사업자에 채널과 번호를 사용하면서 내는 비용이다. 홈쇼핑과 T커머스가 계속 늘고 번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인상요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0년 4900억원이던 전체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지난해 1조400억원으로 갑절 이상 급증했다.

미래부가 내놓은 ‘방송사업자재산공표집’에 따르면 홈앤쇼핑 지난해 판매취급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39.4%에 달한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사업의 가장 큰 비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송출수수료는 계속 오르는데 판매수수료는 인하하라는 정부 요구는 사실상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정작 정부는 복잡한 송출수수료 부분에서는 각 사업자 영역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고 밝혔다.

◇적정 송출수수료 논의도 없다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는 판매액의 평균 35~40%다. 하지만 송출수수료 적정성을 꼼꼼히 따져본 적은 없다.

수요와 공급 논리로 공영홈쇼핑, T커머스로 인한 채널수요 증가는 인상요인이 된다. 사업자 증가는 인허가권을 가진 정부가 사업자 수를 늘리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다른 각도에서, 최근 유료방송 사업자 가입자당 매출액 등을 고려하면 수수료는 오히려 떨어져야 한다. 업계는 유료방송 가입자당 홈쇼핑 매출을 지속적 감소세로 보고 있다.

문제는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이 각자 주장만 할 뿐 정확한 송출수수료 분석 툴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조정할 기관도 없다. 정부와 관련 협회·단체 모두 이 부문에 개입하는 데 소극적이다.

◇복잡한 생태계 ‘먹이사슬’

유료방송사업자 상황은 좋지 않다.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매출 가운데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지난 2004년에는 16.5%였다. MSO 매출액 성장기여율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66.6%다. 사실상 홈쇼핑 수입으로 실적 하락을 보전하는 구도다.

송출수수료가 하락하면 방송사업자는 가입자 시청료를 높여야 한다. 이는 다시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악순환이 될 우려가 크다.

MSO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유료방송은 해외 업체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며 “송출수수료를 낮추면 일반 가구가 저렴한 가격에 유료방송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업체 한 관계자는 “비용 부담자와 수혜자가 다른 불합리한 내용”이라며 “방송 산업 안정화를 명목으로 정부가 사실상 송출수수료 인상을 방치해 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표. 전체 홈쇼핑 송출수수료 추이(단위: 억원)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복잡한 먹이사슬-모호한 정부`가 키웠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