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CB업계 구조조정 가속… 3분기 물량 회복 기다리며 ‘생존’ 총력

연성회로기판(FPCB) 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부진과 공급과잉 여파를 딛고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규모가 큰 대형사나 상장사 위주로 물량이 몰리면서 기초 체력이 약한 중소규모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FP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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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FPCB 2차 협력사로 매출이 2000억원에 육박했던 A사는 지난 5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또 다른 협력업체 B사는 최근 다른 업종 기업에 인수합병돼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내 FPCB 업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던 비상장사 C사 역시 하반기 물량 수주 여부에 따라 존망이 결정되는 상황에 처했다.

이들 기업에서 외주와 하도급을 받는 수백개 소규모 협력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경기 안산지역에 불어닥친 인력 구조조정에 이어 하도급업체 줄도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FPCB 업계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스마트폰 전성기 시절 대거 생산설비 증설에 나섰다. 이후 공급이 과잉된 데다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 부진까지 겹치면서 회사가 흔들릴 정도로 실적이 악화됐다. A사와 B사, C사 역시 무리한 확장 여파를 이기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 FPCB 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FPCB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업계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모자라다”며 “물량을 받은 업체도 외주로 돌리는 비중이 줄면서 소규모 외주·하도급 업체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에 비에이치와 대덕GDS, 인터플렉스 등 주요 상장업체는 회복되는 물량을 기반으로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보통 시장 구조조정이 동반되는 상황에는 작은 업체보다는 규모가 그나마 크고 생존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물량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업체 수가 줄면서 한정된 물량을 수주할 수 있는 비율도 늘었다.

지난해 70% 초반대에 머물던 공장 가동률도 다시 80% 중후반대에 들어섰다. 일부 업체는 최근 성수기 수준까지 가동률이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업체는 일단 ‘생존’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과도하게 불어난 몸집을 줄이고 국내 공장·설비를 정리하는 등 뼈를 깎는 체질개선을 한데다 오는 3분기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보급형 모델 다변화 등 FPCB 수요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에 따른 학습 효과를 한 차례 거친 만큼 업계 자정능력도 강화됐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FPCB 관련 상장업체 실적은 3분기에 확실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하반기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나오고 보급형 모델 수가 늘어나면서 구조조정이 살아남은 업체엔 기회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