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 대부분 근친교배, 위험하다"...5명 젊은이 반기를 들다

게임은 상품인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이들이 있다. 실험게임 페스티벌 ‘아웃오브인덱스(OOI)’ 운영진 김예리, 김종화, 박선용, 전재우, 최경환씨. 이들은 2년째 이 ‘이상한’ 질문을 붙잡고 씨름 중이다.

실험게임 페스티벌 ‘아웃오브인덱스’ 운영진 최경환, 김종화, 전재우, 김예리, 박선용(왼쪽부터)씨가 기념촬영했다.
실험게임 페스티벌 ‘아웃오브인덱스’ 운영진 최경환, 김종화, 전재우, 김예리, 박선용(왼쪽부터)씨가 기념촬영했다.

‘배열을 벗어났다’는 코딩 에러 메시지에서 따온 ‘아웃오브인덱스’는 그 이름처럼 기존 기업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게임을 모아 전시한다.

올해는 22개국 107개 게임을 접수해 그중 돋보이는 14개를 뽑아 지난 25일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일반에 공개했다. 표 200장은 전시 전부터 매진됐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을 선발했다.

박선용씨는 “2014년 세계개발자대회(GDC) 실험게임 워크숍에 게임을 냈는데 ‘왜 우리는 이런 행사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각자 본업이 있는 이들이 수익도 남지 않는 행사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을 산업, 상품으로만 보는 우리 사회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누군가에게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대부분 첫째 반응이 ‘너도 OO팡 같은 거 만들어서 대박 내라’였다”며 “개발자 대부분이 부모님에게 ‘너는 왜 엔씨소프트, 넥슨 같은 회사 안 들어가니’라는 질문을 들어봤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종화씨는 “한국 게임시장은 유독 다양성이 부족하다”며 “개발자들이나 학생에게 자극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재우씨는 “최근 한국 게임은 죄다 비슷비슷한 모양”이라며 “심하게 말하면 잘 팔리는 게임을 내놓기 위해 근친교배를 하는 것인데 생태계 차원에서 보면 결말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최근 나오는 게임들이 흥행한 BM, 게임시스템을 서로 베끼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최경환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이 산업과 상품으로만 취급돼 ‘창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실종된 것 같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올해 OOI 선정작 14개 중 단 한 개만 한국게임(RETSNOM)이다. 70%가 우리나라 밖에서 접수한 게임이다. 다섯 명 운영진은 ‘한국게임 실험의 깊이가 글로벌 평균 수준에 비해 얕다’는 데 동의했다.

박씨는 “외국은 개발자나 회사가 평소에 여러 시도를 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페스티벌 참가를 위해 그때부터 게임을 만들기 때문”이라며 “창작을 위한 고민의 깊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얕을 수밖에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게임업계가 만드는 ‘결과물’이 다양하지 못해 생기는 폐해가 이미 경쟁력 저하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김종화씨는 “예술적 표현을 중심으로 한 실험과 도전은 게임산업이 질적 성장을 하는 데 필수”라고 말했다.

5명 운영진은 힘 닿는 데까지 OOI를 운영할 계획이다. 매년 행사를 확장해 경직된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김예리씨는 “게임업계가 OOI를 통해 많은 자극을 받고 자발적으로 다양성을 확보해 가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