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전현경 IT여성기업인협회 부회장

[人사이트]전현경 IT여성기업인협회 부회장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열심히 하는 건 무의미한 겁니다.”

전현경 IT여성기업인협회 부회장은 여성 정보통신기술(ICT)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그냥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고 그 롤모델을 찾아야 한다”며 “방학 동안 10권의 책을 읽고, 10명의 선배를 만나고, 10명의 롤모델과 접촉하는 ‘10-10-10’ 운동을 여성 ICT인 후배에게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서른 셋 나이에 데이터통합관리 전문기업 ‘데이타소프트’를 혼자 창업했다. 지금과 달리 창업 붐이 꺼지던 시기였고 나이와 성별 모두 쉽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과감하게 회사를 차렸다. 그것이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 부회장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중소기업에서 일은 즐거웠지만 의사결정권이 없는데다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 직원들이 보호해주려고만 해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였으면 오히려 창업을 하지 않고 조직 내에서 크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하기까지는 긴 방황의 시간이 있었다. 대기업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조직에 갇히고 싶지는 않았다. 점심시간을 쪼개 영어학원에 다니는가 하면,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이수하며 미래의 문을 두드렸다. 기술자도 아닌 통역전문가가 ICT 업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러다 찾아낸 게 ‘세일즈’였다. 수많은 교육과 현장경험을 통해 ICT에서 중요한 건 기술보다도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 부회장은 “기술이 최고라고 해서 고객이 무조건 사용하는 건 아니다”며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에서 꼼꼼한 여성 기업인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버려진 중고가구를 주워다 직접 페인트를 칠하던 창업 당시를 회상하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눈물 나는 일도 많았다. 함께 고생하며 업계 전문가로 키워놓기만 하면 대기업에 인재를 뺏기는 일이 반복될 때마다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생각을 바꿨다. 사람을 키우는 게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고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주관하는 여성 ICT멘토링 제도 ‘이브와(IBWA)’에 적극 참여하며 4년 넘게 후배양성을 위해 힘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 부회장은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지만 기회는 찾는 자에게 오기 때문에 항상 열정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나중에 경력이 단절되기 때문에 한 번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결코 일을 그만두지 않고 꿋꿋이 버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