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하나·외환은행, IT통합 일정 연기

9월 통합은행 출범으로 갈 길 바쁜 하나·외환은행이 IT시스템 통합을 내년 6월로 미룬다. 하나SK·외환카드 통합 정보시스템 장애가 영향을 미쳤다.

6월 가동 예정인 하나·외환은행 통합 정보시스템이 ‘구색 맞추기’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권과 IT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하나·외환통합추진위원회가 은행 간 IT 통합 일정을 당초 내년 2월에서 6월로 연기하는 안건을 상정, 논의한다. 정보시스템 장애 등 위험요인을 최소화하고자 IT통합 완료시점을 4개월 연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은행 IT통합 완료시점 연기는 하나SK·외환카드 통합 후 결제 오류 등 전산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통합 카드시스템 전산장애로 은행 내부에서 완료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통추위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외환은행 합병에 따라 기간계시스템과 정보계시스템을 통합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개별 여·수신, 외환 등 핵심시스템을 통합하는 사업이다. 고객 정보도 통합한다. 통상 18개월 이상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착수도 못한 상황에서 내년 2월 완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연기 시점인 내년 6월도 빠듯하다. 요건분석과 설계 등을 진행, 9월 프로젝트를 시작해도 10개월밖에 안 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지금 사업 발주가 이뤄져도 일정 부족 등 이유로 제안하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선협상대상자인 LG CNS는 사업기간 부족 이유로 참여를 포기했다. 자체 인력으로만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6월 IT통합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두 은행 시너지를 지원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IT 전문가는 “IT통합 일정이 부족해 기능 고도화보다는 통합이라는 형식적 구색 맞추기에 머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내년 6월 IT통합을 완료하고 시간적 여유를 가진 상태에서 차세대 프로젝트 진행을 검토 중이다. 차세대 프로젝트로 기능 고도화와 본격적 시너지를 높일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다른 IT 전문가는 “하나·외환은행 통합은 하나은행이 기존에 진행한 보람·충청·서울은행 통합과는 규모가 다르다”며 “채널과 업무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져 실질적 통합은 향후 추진할 차세대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T통합 이후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 추가 비용 발생으로 통합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IT 전문가는 “무리한 IT통합 추진보다는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비용이나 시스템 성능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