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통신장비의 반란...4테라급 대용량 장비 실전배치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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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3스위치 이달 중 테스트 마치고 LG유플러스에 납품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유비쿼스와 국내 최초로 공동개발한 4테라급 L3 스위치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유비쿼스와 국내 최초로 공동개발한 4테라급 L3 스위치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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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수입에 의존하던 대용량 통신장비를 한 중소기업이 국산화해 실전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작고 값싼 제품만 만들 줄 안다’는 평가를 받던 우리나라 통신장비 업계의 반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대기업 자본이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유비쿼스(대표 이상근)는 4테라바이트(TB)급 인터넷 교환장비(L3 스위치) 필드테스트를 이달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테스트 결과 합격 판정을 받으면 LG유플러스에 100여대를 납품한다. 이 장비는 외산 가격이 대당 2억원을 넘는다. 한 번 납품만으로 200억원대 수입대체효과가 예상된다.

이 장비는 국내 최초로 4테라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통신장비 중 용량이 가장 큰 것이다. 1TB는 1024기가바이트(GB)로, 4TB는 4096GB에 해당한다. HD급(1.5GB) 영화 2700여편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유선통신 네트워크는 정보전송량과 기능에 따라 크게 ‘가입자망-교환망-전송망’으로 구분된다. 전송망 쪽으로 갈수록 정보처리량이 많고 기능이 복잡해진다. 강(江)에 비유하면 가입자망은 지류, 전송망은 주류에 해당한다. 교환망과 전송망용 장비는 그만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국산화율이 낮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3년 펴낸 ‘네트워크 장비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송장비 37.4%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교환장비는 저가 중소형 장비(L2 스위치, IP-PBX 등) 국산화가 많이 이뤄졌지만, 고스펙 L3 스위치 및 라우터는 외산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유비쿼스가 개발한 장비는 교환망용 L3 스위치 계열이다. 하지만 엣지 라우터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단순 스위치 장비보다 한 단계 진보한 기술력을 적용한 덕분이다. 유비쿼스는 이 장비를 엣지 라우터에 적용한 후 문제가 없으면 코어 라우터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유비쿼스 기술개발에 대기업이 큰 도움을 주면서 ‘통신장비 국산화’ 성공모델을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LG유플러스는 2013년 유비쿼스에 테라급 스위치 장비 개발을 제안하면서 개발비와 인력 지원은 물론이고 구매물량까지 보장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동반성장에 앞장섰다. 이 회사는 2012년 유비쿼스, 다산네트웍스와 10GB급 스위치를 공동개발한 공로로 지난달 중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동반성장 모범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양재수 단국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은 열악한 자금력 때문에 글로벌 통신 대기업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유비쿼스-LG유플러스 사례처럼 대기업 자본과 중소기업 기술력을 결합한 상생모델이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