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도 양자암호통신에 투자...한국만 뒤처진다

중국 알리바바가 양자암호통신에 투자한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도시바 등에 이어 알리바바까지 가세하면서 차세대 보안기술로 떠오른 양자암호통신 기술 선점경쟁이 뜨겁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손을 놓고 있다.

3일 외신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 클라우드 컴퓨팅 자회사인 알리윤(Aliyun)은 중국과학원(CAS)과 공동으로 ‘CAS-알리바바 양자컴퓨터연구소’를 설립키로 했다. 양 기관은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1949년 베이징에 설립된 중국과학원은 연구원 6만명이 넘는 중국 최대·최고 과학기술 연구집단이다. 투자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알리윤과 중국과학원은 양자암호통신을 이용해 알리바바 이커머스와 데이터센터를 보호하는 ‘획기적(ground breaking)’ 기술을 공동개발하는 데 합의했다. 양자컴퓨터 기술도 개발한다.

중국과학원은 중국과학기술대(USTC) 인프라를 활용해 장거리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중국과기대는 지난해 11월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2000㎞짜리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기술적 한계로 지금까지 양자암호통신은 50㎞ 이상 통신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도 양자암호통신에 투자...한국만 뒤처진다

알리윤과 중국과학원은 세계 최고 수준 연구자를 모집해 양자 연구 ‘드림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지안웨이 판 중국과학원 멤버 및 중국과기대 부총장은 “CAS-알리바바 양자컴퓨터연구소는 알리윤의 기존 컴퓨터 기술과 CAS의 양자컴퓨터 기술을 결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존 컴퓨터 기술과 무어의 법칙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기업이 속속 뛰어들면서 양자암호통신 기술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도 오는 9월 독일 뮌헨에 양자암호연구소를 개소한다. 앞서 구글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도시바 등도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국가 간 경쟁은 더 뜨겁다. 미국은 2008년 국가양자정보과학비전을 수립하고 연 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2012년 양자 및 나노기술에 5년 간 29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가 2018년까지 10억유로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밖에 일본(4년 430억원)·EU(연간 525억원)·영국(5년 2900억원) 등 주요국이 정부차원 투자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2020년까지 총 1119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실제투자규모는 이보다 적다. 올해 국내 양자암호통신 테스트베드 구축에 45억원이 배정됐고, 내년에는 이보다 적은 43억원을 책정했을 뿐이다. 이처럼 정부 투자와 각계 관심이 저하되면서 SK텔레콤 등 관련 기업은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양자암호통신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별법 제정 등 보다 진일보한 육성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석좌교수는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컴퓨터는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의 핵심으로 불리고 있어 각국이 오래 전부터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100년 전 산업혁명에 뒤처졌던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