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비 국산화` 통신사 의지가 중요하다

유비쿼스가 4테라바이트(TB)급 인터넷 교환장비를 국산화했다. 현재 LG유플러스와 필드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합격 판정을 받으면 100여대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산 TB급 교환장비가 처음으로 상용망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장비는 외산 가격이 대당 2억원을 넘는다. 100대가 납품되면 200억원이 넘는 수입대체 효과가 나타난다. 지난 20여년간 외산 제품 수입에만 의존해온 것을 감안하면 경제적 파급력이 적지 않은 셈이다.

TB급 장비 국산화는 우리나라 통신장비에 대한 품격도 올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장비업계는 ‘작고 값싼 제품만 만들 줄 안다’는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TB급 장비 개발로 다소 해소될 수 있다.

값진 성과는 중소기업 기술력과 대기업 자본이 힘을 합쳐 이뤄냈다. 모범사례로 전파할만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3년 유비쿼스에 테라급 스위치 장비 개발을 제안하면서 개발비와 인력까지 지원했다. 개발 뒤에는 필드테스트와 구매물량까지 보장해주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장비를 개발해도 활로가 마땅치 않던 중소업체로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장비 국산화로 통신사도 얻는 게 많다. 당장 값 비싼 외산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외산 장비업체와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장기적으로 장비업체와 협력해 통신장비 솔루션을 공동수출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위기에 내몰린 통신사와 장비업계가 윈윈할 수 있는 좋은 해법이다. 제2, 제3의 유비쿼스 사례가 나오면 우리 통신산업 생태계도 풍성해질 것이다. 통신사가 좀 더 의지를 갖고 투자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