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신격호-동주-동빈 삼부자 짧은 회동…신동빈 회장은 현장 챙기기 나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삼부자 회동이 5분 만에 끝났다. 롯데그룹이 공개한 신격호·동빈 부자 회동 대화 내용은 전날 인터뷰 영상으로 공개된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질타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귀국 직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동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만났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 들어가 “다녀왔습니다. 이번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에 신 총괄회장은 “어디 갔다왔냐”고 짧게 되물었고, 신 회장은 “금일 도쿄에서 돌아왔습니다”고 답했다. 신 총괄회장은 “어허, 그러냐”고 말했고, 신 회장은 다시 한번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죄송합니다”고 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회동에 동석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일본으로 출국 예정이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정을 취소하고 한국에 남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롯데호텔에 나타났던 신 총괄회장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회사 사장은 롯데그룹이 공개한 내용과는 또 다른 내용을 언급했다. 신선호 사장은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화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보자마자 나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은 5분간 짧은 부친 면담을 마친 후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동해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롯데월드타워 107층까지 올라간 신 회장은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이사에게 공사 현황을 보고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가 3일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해 공사 상황을 점검했다.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가 3일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해 공사 상황을 점검했다. <롯데그룹 제공>

신 회장은 “롯데월드타워는 총괄회장 창업정신에 따라 롯데가 사명감을 갖고 짓는 곳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자부심을 완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폭염에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수박도 전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3일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방문해 근로자들에게 수박을 잘라 전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3일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방문해 근로자들에게 수박을 잘라 전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입국 후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은 그룹 정상화 첫 단추를 여기서부터 시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월드타워에서 면세점으로 이동해 면세점 직원들에게 메르스 극복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롯데가 앞장서서 중국 관광객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앞서 신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40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신 회장은 “국민들께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미안하다”며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서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롯데그룹은 ‘국적 정체성’을 두고 최근 논란과 국민들의 시선, 비판을 의식한 듯 ‘선긋기’에 나섰다. 신 회장은 이날 롯데가 ‘일본 기업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롯데는 한국 기업이다. 매출 95%가 한국에서 나오고 있다”고 답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숙원사업으로 평소 신 총괄회장은 ‘남은 인생을 걸고 세계적인 관광시설을 만들겠다’며 ‘한국 롯데에서 나온 이익금을 일본으로 가져가지 않고 롯데월드타워에 투자해 세계에 자랑할 만한 건축물을 조국에 남기려고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