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1000억원 기부, 연내 보상 노력”…공익법인은 반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제시한 권고안에 대해 일부 수용의사를 밝혔다. 수용 골자는 1000억원을 기부하고 연내 대부분 보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고안 핵심 중 하나인 별도 공익법인 설립과 화학물질 정보 공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상대상자 범위도 조정위가 제안한 ‘2011년 이전 입사자’가 아닌 ‘1996년 이후 퇴직자’로 한정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의견을 3일 조정위에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기금을 조성하면 법인 설립 절차 없이도 빠르게 보상을 집행할 수 있다”며 “상설기구, 상근인력 운영 등 보상 외 목적에 재원 30%를 쓰는 것보다 고통을 겪은 분들께 가급적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공익법인 반대 배경을 설명했다.

상주 협력사 퇴직자도 보상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위로 차원 보상인 만큼 근로복지공단에 별도로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인과관계를 따지는 보상이 아닌 만큼 질병을 포함한 원칙과 기준은 가급적 조정위 권고를 존중키로 했다”며 “협력사는 근무 인력 파악이 어렵고 현행법과 충돌 우려가 있지만 삼성 퇴직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보상키로 했다”고 밝혔다.

2011년 1월 1일 이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와 LCD 생산 등 작업공정, 관련시설의 설치 정비·수리 업무를 1년 이상 하고 1996년 이후 퇴직한 노동자가 대상이다. 권고안이 2011년 이전 입사자 모두를 대상으로 했으나 40년 전에 퇴사한 노동자까지 포함되므로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보상 대상 질병은 권고안이 제시한 12개 항목 중 유산·불임을 제외한 11개 항목을 수용했다. 하지만 개념이 불분명하고 광범위한 질환이 섞여있는 일부 질병은 외부 전문가 판단을 구할 방침이다. 계속 난색을 표해 온 소아암 등 차세대 질환에 대한 보상이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퇴직 후 발병 시기는 권고안이 제시한 ‘퇴직 후 14년 이내 발병’이 아닌 ‘취업 시점부터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요구했다. 반도체·LCD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가 9년 이상임을 고려하면 발병 시기 기준이 최대 10년을 넘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무작위로 검사하고 정보를 별도 전문가단과 공유하는 조정위 권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모든 화학제품에 대해 중대 유해물질 포함 여부를 조사하고 발견시 제품 사용을 정지할 계획이다. ‘임직원건강지킴이센터’를 신설해 산재 의심 질환이 발생하면 산재신청을 비롯해 종합적 지원을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최대한 신속히 보상 절차를 진행하도록 별도 보상위원회를 구성하고 창구를 개설해 신청 접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연내 대부분의 보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조정위 권고안의 취지를 반영해 사과문을 작성해 발표하겠다”며 “약속한 모든 내용을 즉각 실천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가족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실질적 결실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