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문제 `공익법인` 논란에 진통 길어질 듯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공익법인’ 설립 여부가 3자간 최종 합의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사내 기금 형태를 주장한 반면 반올림은 삼성이 ‘사회적 부조’ 정신을 저버리고 공익법인 설립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는 공익법인을 설립하지 않는 영향은 실제 합의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빠른 보상’에는 3자가 동의했지만 실제 최종 합의까지 가는 과정은 아직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1000억원 규모의 사내 기금을 조성해 연내 보상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빠른 보상을 위해 공익법인 설립에는 반대했다. 보상 대상자와 질환 범위는 조정위 권고를 대부분 수용하되 생식질환(2군)과 광범위한 질환, 개념이 불분명한 질환 등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 판단을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반도체 사업장 유해물질 때문에 건강장애 발생 가능성은 인정되지만 법원이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한 사례가 없는 질환, 업무 관련성이 자세히 보고되지 않은 질환, 다음 세대에 발생해 시간적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질환, 희귀해 집단 조사가 어려운 질환을 앓는 근로자에 대한 보상은 장담할 수 없다. 조정위가 보상 대상에 포함한 것에서 범위를 좁힌 셈이다.

권고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에 대해 가족대책위는 실제 교섭에서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송창호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공익법인을 갖추는데 시간이 걸리면 그만큼 보상 기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반대한 것”이라며 “공익법인 설립 여부는 구체적으로 교섭을 하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삼성이 제안한 보상 대상 범위와 방식, 위로금 산출 방식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당장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권고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객관성 있는 기준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는데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익법인 설립에 반대하는 이유로 ‘신속한 보상’을 내세운 것도 기만적이라는 입장이다. 조정위가 연말까지 보상금 수령을 진행하고 소정의 치료비 추정액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는데 되레 공익법인이 신속한 보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보상 대상도 피해자 중 상당수가 배제된다고 우려했다. 공익법인이 보상액 산정 기준과 지급절차 등을 마련하도록 한 권고안과 달리 자체적으로 보상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입장에 불만을 표했다.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는 구체적 해법을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며 “삼성전자 보상안이 조정권고안의 보상안에 비해 어떻게 더 빠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정위원회는 교섭 당사자들이 수정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후속 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