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길병원, 중소기업과 협력해 고성능 국산 MRI 개발…외산 종속 탈피 기대

가천대길병원이 중소기업과 협력해 국내 최초로 자기공명영상(MRI) 임상시험지원센터를 설치, 고성능 MRI를 개발한다. 국내 MRI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고성장하지만 지멘스·GE·필립스 등 외산 제품이 독점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은 뇌과학연구원·고려대 산학협력단·사이메딕스 등과 국산 MRI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중심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은 국산 MRI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MRI 임상시험지원센터를 설치, 인력과 시설을 지원한다. 관련 정보도 교류한다.

임상지원센터는 인천 가천대길병원 내 990㎡ 규모로 건립됐다. MRI 등 국산 의료기기 업체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자유롭게 시험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췄다. 임상 의사의 품평을 접수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로 운영한다. 일부 공간에 사이메딕스 MRI를 설치해 시험한다. MRI 권위자 오창현 고려대 교수팀도 참여한다.

이근 가천대길병원장은 “소비자인 의사가 직접 아이디어를 제공,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중개 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뇌과학연구원이 10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국산 MRI 성능 개선과 신제품 개발에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가천대길병원의 MRI 임상시험지원센터 설치와 협력으로 고성능 국산 MRI 개발이 현실화된다. 우리나라는 높은 진료 수준과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보유했지만 국산 첨단 영상의료기기는 전무하다. 국내 영상의료기기 시장은 외산 제품이 95% 이상 장악했다. 10여개에 이르던 국산 영상의료기기 업체는 현재 사이메딕스가 유일하다. 대부분 도산했거나 외국계 기업에 인수합병됐다.

20년째 국내 기술로 MRI 연구개발에 주력한 사이메딕스는 중국·이란 등에 수출하지만, 대부분 저가형 제품이다. MRI를 임상시험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고성능 제품 개발에 한계가 있다. 가천대길병원은 작년부터 사이메딕스와 교류해 MRI 임상시험센터 설치를 논의했다.

국산 MRI 개발을 위해 의료진과 의료기기업체간 협력이 절실하다. 이규찬 가천대길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지원센터 부센터장은 “우리나라 영상의학 수준은 논문과 판독 능력에서 세계 최고”라며 “국산 의료기기 개발에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