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20년 집필, 콜린 매컬로 필생의 역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

욕망과 신념, 타락과 혁명의 격돌, 그 100년의 싸움

[전자신문인터넷]3000만부가 팔린 장편소설 `가시나무새`의 작가 콜린 매컬로(1938∼2015)의 역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교유서가, 전3권+가이드북)가 독자들의 관심 속에 출간됐다.

이 시리즈는 작가가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는 데만 13년이 걸렸고, 이후 집필을 시작해 시력을 잃어가며 완결하기 까지 근 20년이 걸린 대작이다.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라 영미권에서 화제가 됐던 1부 `로마의 일인자`는 일반 독자뿐 아니라 서양 고대사학자들 사이에서도 탁월한 로마사 책으로 인정받을 만큼 철저한 사료 고증에 입각하면서도 상상력이 넘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내 교원문고에서 지난 1993년 `로마의 일인자`, 1994년 `풀잎관`까지 출간했으나 관심을 받지 못해 절판했다. 이번에 출간된 교유서가의 `로마의 일인자`는 새로운 번역이다.

▶권력의 공백기에 펼쳐진 인간의 욕망과 암투

이 작품은 권력의 분리와 견제의 원칙 속에서 500년간 지속돼오던 로마 공화정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할 무렵, 오로지 자신의 재산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체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이를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신진 세력 간의 모략과 암투, 욕망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기원전 110년을 첫해로 설정한 이 작품은 전통적 귀족 출신이지만 돈이 있어야 후대까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카이사르(독재관 카이사르의 조부)가 어린 자신의 첫째 딸을 돈은 많지만 천민 출신으로 권력을 잡기 힘든 나이 많은 마리우스에게 시집보내며 시작한다. 권력과 재력이라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정략결혼이었다.

두 가문은 이후 혼란스러운 로마 공화정 말기에 명실상부한 최고의 권력가로 변모한다. 이 과정에서 귀족 출신이지만 난잡한 생활을 하던 술라도 카이사르 집안과 관계를 맺고 마리우스 아래에서 권력의 중심부로 서서히 진입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당대의 전쟁 전략과 생활상의 디테일한 재현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옷차림과 액세서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도로와 건물, 빈부에 따른 생활용품, 거주지의 차이, 건축 재료, 로마 주변국 및 부족들의 특징, 정치행정 체제, 무기와 깃발 등까지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당시에는 어떤 작가가 인기를 끌었으며,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연극이 유행했는지 당시의 문화생활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포착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전쟁시 부족들의 이동을 표시한 충실한 지도들 역시 작품에 대한 몰입을 돕는다.

▶2천년 전의 로마사, 현대 사회의 거울

이 책은 현대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형태인 공화정에서 돈으로 의원을 매수해 자신에게 유리한 입법활동을 하고, 권력과 재력이 맞물리는 정략결혼, 빈부 격차, 사치와 향락, 부동산과 각종 이권사업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요즘 시대에도 흔히 나타나는 기업형, 권력형 비리나 정경 유착 등의 시대상을 만날 수 있다.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조한욱 교수는 "로마는 시초부터 오늘날까지 역사가와 이야기꾼들의 큰 관심사였다. `로마의 일인자`는 그 계보의 마지막 이정표이다"며 "그것은 특히 믿을 만한 길잡이이기도 하다. 각고의 역사적 고증이 빼어난 소설가의 글 솜씨를 만나 빚어졌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그릇된 로마사 해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어야 할 걸작이다"라고 평했다.
서평가 이현우 씨는 "`로마의 일인자`를 읽으며 우리는 로마인이 된다. 로마인 이야기의 진정한 `마스터`가 여기에 있다"고 추천했다. 나성률 기자 nasy23@etnews.com

[신간]20년 집필, 콜린 매컬로 필생의 역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