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속수무책 사이버전 대응, `국제 협력 시급하다`

원전반대그룹의 사이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중국 등과 사이버 안보 국제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 국내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응 인력 보강과 조직 강화도 필요하다.

원전반대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한국수력원자력 자료를 시작으로 청와대, 국정원, 국방부 등 국내 주요기관 자료를 차례로 공개하며 사이버심리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통령 안보특보를 보안 전문가로 앉혔을 뿐 별다른 조치조차 취하지 못하고 있다. ‘특보’는 별도 운영인력조차 없는 ‘비상임’ 대통령보좌역이다. 사이버테러를 담당하는 국정원마저 해킹 의혹으로 정치권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청와대와 국내 안보당국이 사이버전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원전반대그룹은 국내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글로벌 인터넷서비스를 활용해 수시로 사이버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합수단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미국 FBI와 공조해 트위터나 자료가 올려지는 사이트를 차단하는 수준이다. 이마저 트위터 본사에서 수락하지 않으면 차단하기도 어렵다.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는 “원전반대그룹은 과거에 빼낸 자료를 활용해 지속적인 사이버심리전을 하며 국내 갈등을 유발한다”며 “개인조직이 이렇게 대범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염 교수는 “국경 없이 이뤄지는 침해사고에 최상위 차원의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더욱 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사이버심리전 대응 매뉴얼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안보 관련 예산 확충과 조직 강화도 시급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후 사이버 위협 총괄 감독 전담부서 ‘E-Gov 사이버’를 설립을 발표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산하에 설치된 ‘E-Gov 사이버’는 사이버안보 규정을 마련하는 작업뿐 아니라 연방 기관 사이버 전략을 감독·조율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 의회에 2016연도 ‘E-GOV 사이버’ 운영 예산안으로 1억300만 달러(약 1200억원)를 제출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새로운 국가 사이버보안 주무부처 ‘국가사이버방어기구’를 신설했다. 국가사이버방어기구는 중장기적 국가 사이버 보안 정책 추진 중추 기관이다. 기존 국방과 공공분야 사이버보안 정책을 주관하던 국가사이버국, 보안국과 더불어 민간 영역을 아우르는 역할이다. 기존 보안 주무부처 역할을 흡수하고 타 기관 및 기업과 협력해 사이버 방어체계를 강화한다. 사이버공간에서 범죄, 전쟁, 테러에 대응하는 기구다.

국제 사회는 사이버 위협 수사와 대응에 긴밀히 협조 중이다. 미국 FBI는 영국, 호주, 캐나다,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이스라엘, 루마니아 등 19개국과 공조수사를 벌여 세계 최대 온라인 범죄공간인 ‘다코드’를 폐쇄하고 관련 해커를 기소했다.

사이버 범죄 조약인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 목소리도 높아졌다. 부다페스트 협약은 인터넷 범죄행위에 상세한 규정을 두고 이를 처벌하는 최초의 국제 조약이다. 가입된 국가끼리 사이버범죄 핫라인을 설치해 공동 대처한다. 유럽 국가 외에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이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외교부를 중심으로 법무부, 경찰청 등이 가입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임종인 청와대 안보특보는 7월 열린 시큐인사이드에서 “우리는 한수원 원전도면 유출 사고가 났지만 국제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경이 없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려면 글로벌 시각으로 접근하고 국제 협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