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산업 기술리더를 찾아서]<8>송암시스콤

우리나라 전력·중전기기 산업이 내수시장 포화에다 한중 FTA 발효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일부 업체는 중국산 부품이나 완제품에 의존해 공급권을 따내는 데만 매달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 정면 돌파에 나선 기업이 있다.

김도완 송암시스콤 사장
김도완 송암시스콤 사장

전력IT 전문기업 송암시스콤(회장 이해규)은 자체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국내외 변압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변압기는 중전기기 분야 대표 레드오션 아이템이지만 자체 개발한 전력IT 플랫폼으로 블루오션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변압기는 센싱 알고리즘과 전력통신 기술로 변압기 내 절연유 상태를 실시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사전 사고예방과 기기 수명까지 예측한다. 열진단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고예방 진단이 가능해 별도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또 변압기를 이용한 전력 부하관리도 가능하다. 과다 전력부하부터 도전 관리나 수용가에 전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전력 손실을 막아낸다. 변압기 하나로 본래 기능은 물론이고 전력부하 관리와 운영 효율성까지 높인 셈이다.

센싱기술은 내부 가스 총량을 분석하고 부하와 온도를 진단해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변압기 고장 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변압기로 전력을 공급받는 수용가 전력사용량 등 양방향 정보를 파악하는 원격검침인프라(AMI) 기능까지 갖췄다. 일방적 전력공급이 아니라 양방향 통신으로 수용가별 전력수요를 실시간 관리할 수 있다.

1991년 창업한 송암시스콤은 전력IT 분야 독보적 기술 기업이다. 송배전장치와 시스템 간 정보를 전달하는 원격단말장치(RTU), 디지털계통보호전송장치(PITR) 등 국가전력망에 공급해온 10여종 전력기기를 국산화시켰다. 아날로그 시대 중전기기를 ICT와 결합시켜 전력계통 품질 안정화에 기여한 것은 물론이고 외산 제품 수입대체에 일조했다. 주력 제품인 PITR 외에 송변전원방감시제어시스템(SCADA),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등에 필요한 국제표준형 통신·전력제어 기술을 보유했다.

김도완 송암시스콤 사장은 “우리나라 전통 전력산업에 ICT를 접목한 기술고도화 전략으로 창업 후 40여 제품을 개발하면서 국산화와 신규 시장을 개척해왔다”며 “우리가 만든 시장이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바뀔지라도 전력IT 기반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디지털변전소용 센서통합장비를 개발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변전소 간 계통과 수용가로 연결되는 계통 전력 흐름 이상 유무를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스마트그리드 제어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변전소 전압·전류·유효전력·온도 등 요소별 상태를 파악하고자 구리로 된 실선을 전류변환기와 전압변환기 등을 이용해 보호계전기에 일일이 연결해 개별 점검했다. 하지만 이 장비를 사용하면 각종 센서가 장착된 여러 실선을 사용하지 않고도 디지털 방식으로 실시간 통합 점검이 가능하다.

송암시스콤은 전력IT 플랫폼 기반 신규 시장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변압기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기존 중전기기 분야 전문기업과 협업해 중국산 저가 공세에도 우위를 점할 한국형 상생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력IT 플랫폼을 중전기기에 접목한 융합모델을 앞세웠다.

김 사장은 “한중 FTA로 중국산 제품이 우리 전력 주파수 기준만 맞추는 것만으로 한국에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며 “전력IT 기반 변압기뿐만 아니라 다른 중전기기 전문 업체와 협력해 우리 중전기기 산업이 반도체·조선·자동차 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초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