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다시 ‘격돌`…외국계 IT기업 "지정 반대" 공식화

서버와 스토리지를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이하 중기경쟁제품)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국내 제조기업 진영과 외국계 IT기업 및 협력사 진영 간에 격돌이 예상된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가 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지정을 요청한 것에 대해 한국HP 등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지정에 대해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을 중소기업청에 제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가 지난 6월 말 제기한 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지정 요청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한국HP는 이번주 안에 반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중소기업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외국계 IT제품을 유통하는 국내 협력사도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지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공정 경쟁을 저해할 뿐 아니라 또 다른 중소기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기경쟁제품 지정제도는 국내 제조 기반을 갖춘 중소기업을 공공시장에서 우대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청장이 중기 판로 지원을 위해 품목을 지정하면 해당 품목에 한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입찰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외국계 기업은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다른 제품과는 달리 서버·스토리지는 국내 유통구조 특수성을 고려해 중기경쟁제품으로 지정돼서는 안 된다는 게 외국계 IT기업 측 주장이다. 명백한 외산 제품 차별행위일 뿐 아니라 외산 서버·스토리지 제품을 유통하거나 여기에 소프트웨어를 덧붙여 공급하는 국내 중소기업 및 솔루션 기업이 수백 곳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공시장 진출이 차단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외산 서버로 공공기관에 제품을 납품해온 A업체 대표는 “몇 안 되는 국내 제조사를 위해 서버·스토리지를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는 것은 또 다른 특혜 시비가 될 것이고, 그동안 외산 제품들로 사업을 해온 국내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국내 중소 제조기업은 외산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한 서버·스토리지 제품을 중기경쟁제품으로 지정해 국내 제조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시장을 외국계 기업이 95% 장악한 상태여서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판로 확보를 위해서라도 공공 영역만큼은 보호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측의 충돌은 6일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기경쟁제품 지정을 위한 공청회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다.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린 상태여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지정 문제를 놓고 제조기업과 외국계 IT기업 간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중기경쟁제품 추가 지정 때도 같은 문제를 놓고 이해당사자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중기경쟁제품 지정이 무산된 바 있다. 국내 제조사는 올해를 마지막 기회로 삼는다는 각오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중기경쟁제품은 3년마다 지정한다. 올해 선정하는 품목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효력이 발생한다. 예외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추가 품목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중기경쟁제품 지정을 요청한 제품은 서버·스토리지를 포함해 236개에 달한다. 공청회 후 조정회의 등을 거친 후 대상이 추려지면, 중기청이 부처 간 협의 등을 거쳐 12월 말 최종 대상을 지정·공고하는 단계를 거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