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열리는 BIM 시장, 도시계획 적용은 제자리 걸음

#지난 5월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가 내한 공연한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는 4만5000여명이 모였다. 공연이 끝난 오후 11시쯤 귀가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지하철을 타기 위해 뛰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놓친 사람들은 택시 승강장으로 몰렸지만 택시는 턱없이 부족했다. 공연장 인근은 귀가 차편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심야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잠실종합운동장처럼 대형 건축물을 설계할 때는 수용인원과 주차시설 등을 고려한다. 그러나 도로 상황과 대중 교통, 인구 유동을 감안한 설계는 아직까지 미흡하다. 유명 백화점 등이 들어선 도시에서 만성적 교통 체증과 도로 혼잡을 호소하는 이유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기술(IT) 방법으로 빌딩정보모델링(BIM)이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정보(요소)를 토대로 건축·건설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 그러나 인구·교통·환경 등과 연계한 도시 계획 적용은 미흡하다.

빌딩정보모델링(BIM)을 도시계획에 확대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차원(3D)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으로 통합적 도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 공공건물 BIM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우후죽순 나타날 BIM 적용 사례를 도시 계획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BIM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도시계획 등 거시적 적용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일부에서는 BIM으로 건축·건설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개별 사례가 통합 관리 되지 않으면 도시 환경 조성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BIM은 기존 설계도면을 3D로 구현해 시각화하고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건축·건설 과정을 예측해 현장에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모든 건축·건설과정을 3D로 구현한 지능형 모델링이다. 공사기간을 줄일 뿐 아니라 업무 관계자 간 소통을 강화해 안정적 공사를 가능케 한다.

정부는 BIM 도입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500억원 이상 공공 공사에 BIM 도입을 권고했다. 2016년부터는 조달청에서 발주하는 모든 공사에 BIM 설계 적용을 의무화했다. 국토부도 2020년까지 사회기반시설(SOC) 공사 20% 이상에 BIM을 적용키로 했다.

개별 건축물에 BIM이 적용될 예정이지만 이를 통합 관리할 체계 마련은 미흡하다. 업계 관계자는 “BIM 도입 의무화로 시장 전반에 BIM을 적용한 건축·건설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그러나 도시 환경까지 고려한 BIM 적용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BIM을 적용한 건물이 도시 전체에 확산될 전망이지만 인구·교통·자연 환경까지 고려한 도시계획과는 별개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수만명이 이용하는 잠실종합운동장은 일대 교통 혼잡을 유발할 수 있다. 인근 지역인 서울 삼성동에 현대차 사옥이 올라가면 유동 인구는 더욱 늘어난다. 도시 계획은 이런 영향을 건축·건설 과정과 허가 시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잠실종합운동장은 서울시에서, 삼성동 현대차 사옥은 강남구에서 관리하면서 도시 계획 전체에는 엇박자를 낼 수 있다. 도시 계획 전반에 BIM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BIM 전문가는 “어떤 식으로 도시를 설계하는가에 따라 시공 기간과 비용 차이가 크다”며 “BIM을 도시 계획 전체에 적용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설계 수정이 어렵고 교통·인구 활동에 잘못된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도시 계획 BIM 적용이 나무와 함께 숲을 보는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시장 확산은 더디다. 한 BIM 솔루션 공급업체 관계자는 “몇몇 건축사무소나 영세한 택지개발업체에서 도시 환경을 감안한 BIM 솔루션을 도입하지만 아직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는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한다”며 “단순 건축·건설뿐 아니라 교통·인구·환경 평가 전문가가 협업해야하는 구조기 때문에 모두 어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