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동차 해킹 논란은 `성장통`, 산업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자동차 한 대에는 소프트웨어 기능을 탑재한 시스템반도체가 수백 개 탑재돼 있다. 첨단 자동차일수록 그 개수가 많다. 과거 기계적으로 제어하던 기능을 전자적 장치로 바꾸며 편리함과 다기능화를 꾀하는 것이 바로 자동차 성능 진화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능을 외부에서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이제 일반적이다. 원격 업그레이드는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진화의 하나다. 외부와 연결 접점이 늘다보니 해커 침투 경로가 다양해져 해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커넥티드카, 스마트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미래 첨단차는 필연적으로 외부와 연결돼야 한다. 특히 상용화를 앞둔 자율주행자동차는 외부 교신 없이는 불가능한 만큼 해킹 위험은 더 크다.

자동차 해킹 방지는 이제 자동차 산업계 최대 화두다. 주요 완성차 업계는 이를 인지하고 해킹 방어 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차량 내에서 해킹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보안 칩 개발에 나섰다. 컴퓨터 보안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이다. 자국 IT 업체인 후지쯔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2018년 자동차 보안 규제를 법제화한다. 이는 보안이 미국 자동차 수출의 기술적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발 빠른 도요타-후지쯔 움직임도 선진국 보안 법제화에 대한 준비다. 주요 소프트웨어 및 반도체업계가 자동차 보안 칩 시장에서 한 발 앞서 있으나,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동차 해킹 논란은 산업 발전의 한 과정이다. PC 해킹, 스마트폰 해킹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다만 ‘달리는 기기’라는 특성 때문에 위협 요소가 더 크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대응하는 솔루션은 나오기 마련이다. 이를 산업적 시각에서 보면 새로운 기회이자 시장이다. 세계는 움직이고 있다. 이제 우리도 정부와 자동차 업계·IT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솔루션을 고민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자동차 보안 산업은 아직 무궁무진한 미개척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