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남북 무박 밤샘 협상하며 강행군

[이슈분석] 남북 무박 밤샘 협상하며 강행군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초래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을 논의하는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은 밤샘을 불사하며 피 말리는 협상을 벌였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를 상대로 판문점에서 22일 10여시간의 1차 마라톤협상을 가진 데 이어 23일 오후부터 하루를 꼬박 넘긴 24일 저녁까지 2차 접촉을 진행했다.

이 같은 ‘끝장 대화’가 가능했던 것은 남측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실장과 대북정책 책임자인 홍 장관, 그리고 북측의 군부 1인자인 황 총정치국장과 대남라인 1인자 김 비서가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다.

과거 남북 간 협상은 종종 밤샘으로 귀결됐다. 통상 2박 3일에서 5박 6일 일정으로 진행된 남북 장관급 회담 마지막 날은 어김없이 막판 기싸움이 벌어졌고, ‘남북회담 마지막 날은 합의문 도출을 위한 밤샘작업이 있다’는 것이 관행화됐다.

2013년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와 관련해 같은 해 7월 열린 개성공단 1차 실무회담과, 9월 열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2차 회의가 각각 16시간, 20시간이 소요된 밤샘협상으로 진행됐다.

회담 일정이 하루 이틀 연장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2000년 평양에서 열린 2차, 4차 장관급회담 당시 남북 대표단은 밤샘 논의를 하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일정을 연장했고, 같은 해 금강산에서 열린 2차 적십자 회담도 남측의 결렬선언 후에야 합의서가 채택됨으로써 사실상 일정이 하루 연장됐다.

하지만 22일부터 진행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은 양상이 다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의제선정부터 입씨름을 벌이다 밤샘협상으로 이어지는 외견은 비슷할지 몰라도 원인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고위급 회담은 통상 사전 실무접촉을 거치게 마련이지만 이번 접촉은 북측의 포격도발과 경고성 포격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준전시상태 선포 등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극적으로 성사된 까닭에 여유가 없었다.

이로 인해 양측 수석대표이자 남북의 비공식·공식적 군서열 1위인 김 안보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은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 실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협의해 풀어나가면서 장기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