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 독일서 무효화... "선행 기술 아니고 진보성 없어"

애플의 독특한 화면잠금 해제 방식인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가 독일에서 무효화됐다. 선행 기술도 아니고 관련 기술자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법원 판단이다.

독일 칼스루에 소재 연방대법원(BGH)은 25일(현지시각) 애플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인 유럽특허 제1,964,022호를 무효화한다고 판결했다.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 디자인 <사진=애플>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 디자인 <사진=애플>

애플은 지난 2012년 뮌헨 법원에서 이 특허를 근거로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모토로라모빌리티가 특허가 유효하지 않다는 내용의 소송을 걸었으며 이번 판결은 이 소송건에 대한 것이다.

애플 유럽특허 제1,964,022호는 사용자가 터치스크린패널(TSP) 잠금을 해제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특정 손가락이 소정의 순서대로 화면 특정 영역을 정확하게 지나가면 스마트기기 잠금이 해제된다. 터치해야 하는 영역은 화면에 그래픽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터치스크린의 일시적, 우발적, 물리적 접촉 등 다른 외부 움직임과 이를 구분하는 알고리즘도 포함됐다.

연방특허 법원은 이미 지난 2013년 4월 독일 내 이 특허를 무효로 선언한 바 있다. 유럽특허협약(EPC)에서 특허가 만족해야 하는 제52, 56조항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기술이 기존에 있던 선행기술(der Stand der Technik)로부터 쉽게 유도될 수 있기 때문에 특허 진보성(erfinderische Taetigkeit)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됐다.

BGH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려 특허 무효성을 재확인했다. BGH는 스웨덴 ‘네오노데’라는 업체가 지난 2004년 만든 N1 전화기에 이 특허를 먼저 활용했다며 이를 선행기술로 인정했다. 애플은 지난 2007년 ‘밀어서 잠금 해제’를 적용한 아이폰을 출시했다.

N1 전화기에는 그래픽으로 표시되는 ‘가상 스위치’를 활용한 잠금 해제 기능이 담겼다. 이 업체는 2008년 파산하기 전까지 수천만대 전화기를 팔았다. 네오노데는 이후 전화기, 태블릿PC, 리더 등 터치스크린 기기에 활용되는 광학 기술에 관한 특허 라이선스 업체로 개편됐다.

네오노데의 N1 전화기
네오노데의 N1 전화기

법원 측은 이 제품을 본 업계 전문가라면 비슷한 형태를 얼마든지 생각해낼 수 있다며 그 자체로는 특허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별도로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 과제가 있었다면 특허로 평가될 수 있지만 단순히 장치를 조작하기 위해 그래픽을 가동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진보성도 없다고 평가됐다. 특허 진보성은 특허가 기존 기술에서 명확히 분리돼 발명, 특허 출원자만의 기술이 담겨 있어야 한다.

한편 애플은 BGH 결정에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은 상태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