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못 찾는 중견게임사, 중국도 눈길 거둬..."머니게임 휘말리거나 고사 할 수도"

기업매각과 투자를 추진 중인 국내 중견 게임사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중국 게임 자본까지 비(非) 게임업체로 눈을 돌리며 자칫 ‘찬밥’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태계 양극화 조짐도 나타났다.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각과 외부 투자를 추진한 국내 중견게임사들의 외부 활동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상장사를 포함해 최소 3곳 이상 중견 게임사가 매각 등을 타진했지만 주인을 못 찾으며 투자제의마저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게임사들이 상반기 게임업체가 아닌 국내 상장사를 인수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룽투는 2월 국내 온라인교육업체 아이넷스쿨을 인수했다. 이어 5월 로코조이가 무선 통신업체 이너스텍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룽투(룽투코리아)와 로코조이는 불과 수백억원대 자금으로 상장사를 인수, 국내 시장에 진출한 후 적게는 3배에서 6배까지 주가를 상승시키며 몸값을 키웠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계에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한국 상장사를 인수해 몸값을 높이고, IP 확보 등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며 “이 과정에서 인력, 개발 노하우, IP 등을 패키지로 묶어 몸값을 매기는 국내 중견게임사들은 매각과 투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룽투는 상반기 ‘열혈강호’ 원작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열혈강호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로코조이 역시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소설 ‘드래곤라자’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이들 IP를 확보해 게임을 만들어 온 국내 게임사들은 배제됐다.

게임사 관계자는 “과거 중국업체들은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 목적으로 이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국내 게임사에 접촉해 게임소스 등을 조건으로 포함한 계약을 타진했다”며 “하지만 최근 개발력 등에 자신이 붙으며 굳이 국내 중견 게임사 노하우를 활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견 게임사들의 고전은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 양극화를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중국 업체들에 없는 경쟁력을 가진 대형업체들과 유명 개발자들이 독립한 신생 게임사에만 자금이 집중돼 중견업체가 자칫 고사하거나, 목적이 불순한 ‘머니게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1~2년간 텐센트를 비롯해 중국 게임업계 한국향 투자는 대형업체를 비롯한 주요업체를 확보하며 중국발 자금유입이 일단 마무리 된 상황”이라며 “사정이 급해진 일부 업체가 투기자본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