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세계 최초 UHD 방송 무색···가입자 모객 지지부진

케이블TV 업계 초고화질(UHD) 상품 가입자 수가 경쟁업계에 크게 뒤처진 1만가구로 나타났다. 권역으로 나뉜 산업 특성과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경영난으로 UHD 상품을 보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PTV·위성방송은 매월 2만가구 이상을 UHD 가입자로 확보하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케이블TV UHD 상품 가입자 확대 전략이 시급한 실정이다.

케이블TV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초고화질(UHD) 방송을 상용화했다.
케이블TV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초고화질(UHD) 방송을 상용화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8월 현재 케이블TV UHD 방송 상품 가입자 수는 1만가구 수준이다. 세계 최초로 UHD 방송을 상용화한 지난해 4월 이후 월 평균 625가구가 UHD 상품에 가입한 셈이다.

최근 UHD 가입자 20만가구를 잇따라 돌파한 IPTV 사업자 KT·LG유플러스는 물론이고 UHD 상품 출시 3개월만에 4만가구를 가입자로 확보한 KT스카이라이프에 크게 뒤쳐졌다.

케이블TV 관계자는 “권역으로 나뉜 케이블TV는 IPTV나 위성방송과 달리 사업자가 전국에서 일관된 마케팅 활동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권역에 따라 UHD 방송 서비스 수요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부 SO는 투자대비수익(ROI)을 감안해 UHD 상품 출시를 유보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 80여개 케이블TV SO가 운용하는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현재 12개 SO가 UHD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개별 SO는 90%를 웃도는 비중을 차지했다. 일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잠재 가입자가 적은 취약 권역만 UHD 상품 약관을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UHD 셋톱박스는 고화질(HD)보다 갑절 이상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며 “지방을 거점으로 삼은 개별 SO는 UHD 방송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소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 가입자 수를 확대하는 것보다 차별화된 UHD 방송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UHD TV 보급률이 낮은 것은 물론이고 업스케일링(Up-Scaling)콘텐츠가 대부분을 차지해 실제 UHD 방송을 시청하는 가입자는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케이블TV 관계자는 “경쟁업계가 UHD TV 미보유자에게 마구잡이식으로 상품을 판매한 결과 마치 UHD 방송이 대중화된 것 같은 착시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전체 UHD 방송 파이(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콘텐츠, 디바이스, 플랫폼을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블TV 업계가 공통된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년 이상 가입을 유지하는 유료방송 특성상 초기에 가입자 수를 늘리지 못하면 수익 규모가 정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