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난망 예산편성 `탁상행정` 곤란하다

‘단말기 없는 재난망’ 우려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재난망 구축 확산사업 예산을 편성하고도 정작 단말기 구매 예산은 줄줄이 삭감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통신망을 구축하고도 단말기가 없어 쓰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기재부는 내년 확산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후년에 단말기를 구매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시범사업 자체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확산사업도 순연될 위기다. 내년 살림살이가 빠듯한 기재부로서는 단말기 구매 비용은 일단 내후년으로 미뤄놓고 보자는 계산인 것 같다.

문제는 확산사업 완료 시점이 내후년으로 순연되더라도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단말기는 통신망 구축 과정에서 테스트용으로 활용된다. 확산사업은 시범사업과 달리 통신망 구축 지역도 광범위해 통신품질 평가가 더욱 중요하다.

단말기 예산을 2017년에 집행한다면 주문과 제작 등 여러 절차를 고려했을 때 일러도 2017년 가을 이후 단말기 공급이 가능하다. 2017년 초 확산사업이 완료되면 6개월가량 단말기가 없어 재난망이 방치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소업체가 주축인 단말기 업계에서도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재난망 사업에 대비해 단말기를 개발해놓고도 1년 넘게 매출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면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몇 개월만 매출이 없으면 결국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기재부가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세입과 세출만 따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이 될 수 있다. 기재부가 현실을 모른다면 국민안전처, 미래창조과학부 등 유관부처라도 이를 지적해주고 바로잡아야 한다. 재난망이 구축되고도 1년 가까이 무용지물로 방치된다면 국가적 손실이다. 국민안전도 1년 이상 방치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