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I업계 갑질 관행 시정할 실효 대책 필요

중견 시스템(SI) 기업들이 하도급 ‘갑질’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시장에서는 언젠가 터질 일이 수면 위로 등장했다는 반응이다. 공정위는 LIG시스템, 다우기술, NDS, 쌍용정보통신 등 5개 기업에 불공정 행위 시정명령을 내렸다. 과징금 2억3400만원도 부과했다. LIG시스템이 1억2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심의 연기를 요청한 대보정보통신은 조만간 법 위반 여부와 조치 수준이 결정될 전망이다.

중견 기업 갑질 역시 예전 대기업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우기술, NDS, LIG시스템은 하도급 계약 시 수급사업자 이익을 부당 침해·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했다. 계약해지 시에는 해지 전까지 진행한 용역결과와 관계없이 하도급대금 전액을 반환하는 약정을 맺었다. 서면계약서 지연 발급과 하도급대금 지연 지급은 5개 업체 모두 적발됐다.

이날 공정위 발표는 ‘호랑이 없는 굴에 토끼가 왕’이라는 옛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가 대기업들 불공정 행위 단속을 위해 대형 SI 업체의 공공 정보화 사업 입찰을 제한하자, 중견 SI업체가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2년 법 개정을 통해 대형 SI 기업의 공공사업 입찰 참여를 제한했다. 이후 중견 SI 기업은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키워 왔다. 과거 일부 대기업 불공정 행위가 관행처럼 중견기업으로 전염된다면 대기업 진입을 제한한 법률 개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개정 법률 수혜를 기대했던 중소 SW 기업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SI 사업과 관련된 상당수 SW 기업은 중소 규모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청 기업 눈치를 봐야 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정부 특히,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는 공정한 하도급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법과 제도 추가 개정도 검토 대상이다. 갑을 관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근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