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희의 雜說(5)] 게임과 TV광고

[전동희의 雜說(5)] 게임과 TV광고

게임광고 문제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인기 연예인을 내세운 지상파 TV광고 물량 공세가 늘어나며, 부정적인 시각들도 눈에 띈다. ‘게임계 부익부 빈익빈 심화’라는 기사도 나오고, 심지어 ‘연예인이 광고하는 게임치고 재미있는 걸 못 봤다’ ‘광고 신경쓸 시간에 게임이나 더 잘 만들어라’는 댓글까지 그 밑에 달린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현재 지상파 광고를 실시 중인 업체는 잘나가는 대형게임사 몇 곳에 불과하고, 막대한 굉고비를 뽑아내려면 매출을 어마어마하게 올려야 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게임성 보다 광고 물량으로 흥행이 엇갈리는 것을 보며 땅을 칠 수도 있다. 필자도 그리 큰 회사에 근무하는 것은 아니어서 TV광고를 보며 부러움반 시샘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임의 TV광고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벌써 15년 전인 지난 2003년에 ‘본격 성인게임’을 표방한 A3가 지상파에 광고를 시작했다. 이후로 소니(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가 어마어마한 광고 물량 공세를 펼쳤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을 터. 이런 분위기를 타고 2000년대 중반까지 어지간한 대형 온라인게임 회사는 한 번씩 전파를 탔다.

그러다가 한동안 맥이 끊겼던 광고는 최근 모바일로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그동안 TV광고가 뜸했던 이유는 ‘온라인게임 유저는 TV를 잘 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이런 고정관념은 별 의문없이 모바일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모바일과 온라인은 접근성이 분명히 다르다. 이런 게임업계의 고정관념을 깨고 다시 TV광고 붐에 불을 붙인 것이 배우 리암 리슨 등을 내세운 ‘클래시 오브 클랜’이다.

언젠가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업계의 입장에서 대형 업체들의 TV광고는 반길만 하다. 게임 업계가 주요한 광고주로 떠오르며 최근 들어 게임의 폐해를 지적하는 기사는 요즘 찾아보기 어렵다. 당연하다. 단순하게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광고를 한다는 논리 이외에도, 게임업계의 적극적인 TV광고는 이미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 만큼 이를 사회에 배분한다는 의미도 있다. 솔직히 어떤 때는 광고가 마케팅 보다 업계나 해당사의 직원들을 위한 ‘사기진작용’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게임업계의 경쟁 심화나 쏟아지는 모바일 게임 등 사업적인 면은 차치하고 싶다. 광고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니까. “네가 다니는 회사가 대단한가 보다. TV광고에도 나오던데”라는 시골 부모님들의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지난 몇년간 게임을 마약으로 취급하는 정부의 방침 때문에 인재확보에도 전전긍긍하는 게임 업계의 입장을 떠올려 보자.

일부 매체의 부정적인 기사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 필자 역시 과거 신문 및 인터넷 매체에서 기사생활을 해본 바, TV광고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매체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쓴데 대한 서운함의 표현 정도로 이해한다.

어쨌든 대형 업체들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업계의 리더답게 정승처럼 돈을 써달라”고. 필자의 회사도 언젠가는 수십억원대 TV광고를 집행해볼 날이 찾아오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필자소개/ 전동희

게임펍(game pub) 전무(cancell@naver.com). 신문기자로 시작해 주간지, 웹진, 방송, 인터넷, 게임사업까지 거친 ‘TFT 전문 저니맨(journey man)’. CJ 미디어 게임채널, 그래텍(곰TV) 등에서 근무했다. SF소설과 록음악, 스포츠 마니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