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신고 유도해 세수 확보…‘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 앞둬 실효성 높아

역외소득·재산 신고여부에 따른 과세 및 처벌 비교(자료:기획재정부)
역외소득·재산 신고여부에 따른 과세 및 처벌 비교(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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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은닉·미신고 해외소득과 재산에 자진신고 및 납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박근혜정부가 강조한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환이다. 자진신고 유도로 그동안 세원으로 잡히지 않았던 역외소득·재산을 발굴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자진 신고·납부 대상자는 잠재적 탈세 혐의자라는 불안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 활성화와 함께 재정 건전성 확보는 정부 최우선 해결과제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했고 올해도 세수펑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세없는 복지’ 선언으로 직접 증세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진신고제도로 세원이 확대되면 올해 뿐 아니라 앞으로 지속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당장 세금이 얼마나 더 걷힐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는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 사례를 바탕으로 세수 5000억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호주는 작년부터 자진신고제를 시행해 총 6억호주달러(5000억원) 세수증대 효과를 거뒀다. 역으로 계산하면 은닉됐던 소득 약 4조원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호주 외에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15개 국가가 자진신고제도를 시행해 상당한 역외소득 양성화 효과를 거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자진신고제도 실효성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탈세 혐의자를 가려낼 수 있는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이 시행되면 우리나라는 내국인, 내국법인의 해외 금융계좌정보를 정기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내년부터 미국, 2017년부터 영국 등 50개국으로부터 금융계좌정보를 받게 된다.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도 포함된다.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이 시행되면 역외 탈세 적발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역외탈세 추징액은 2010년 5019억원에 불과했으나 2014년 1조2179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금융계좌정보 교환은 탈세자에게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 자신신고 효과를 높일 것으로 예상됐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에 가입하는 나라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숨길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재산을 숨긴 사람이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것이며, 자진신고로 본세와 가산세 정도만 내고 형사처벌을 면제받는다면 세금을 낼 용의가 있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향후 세무조사와 검찰수사가 예정된 점도 탈세 혐의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단 한번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자진신고기간 내 신고하지 않은 해외 은닉 소득과 재산에 대해서는 자진신고기간 종료 후 세무조사과 검찰 수사를 실시해 조세범처벌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엄정한 과세와 처벌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향후 더 이상의 자기 시정 기회와 관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자진신고하지 않은 소득이 향후 적발되면 납부 세액이 훨씬 커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내국법인이 2012년 해외 소득 10억원을 해외금융계좌에 은닉하고 신고하지 않아 적발되면 세금만 5억원이다. 본세 2억2000만원, 납부불성실 가산세 7000만원, 과소신고 가산세 9000만원, 해외금융계좌 과소신고 과태료 1억2000만원이 포함됐다. 이번에 자진신고 하면 납부액의 약 40%인 과소신고 가산세와 과태료가 면제돼 2억9000만원만 내면 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